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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제지 장항공장서 20대 노동자 기계에 끼여 숨져

등록 2019-04-03 17:52수정 2019-04-03 21:44

오늘 새벽 감열지 롤 제품 운반장치 수리하던 20대
수동으로 전환하고 원반 살피다 대형 무쇠원반 작동
경찰·노동 당국 사고원인, 근무 매뉴얼 준수 등 조사
고장 설비 전원 차단 않고 2인1조 원칙도 안 지켜
지난해 12월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씨의 장례식이 사고 62일 만인 지난 2월9일 치러졌다. 이날 오전 태안화력 앞에서 노제를 한 뒤 서울에 올라온 김씨의 장례 행렬이 남대문을 출발해 영결식이 열리는 광화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해 12월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씨의 장례식이 사고 62일 만인 지난 2월9일 치러졌다. 이날 오전 태안화력 앞에서 노제를 한 뒤 서울에 올라온 김씨의 장례 행렬이 남대문을 출발해 영결식이 열리는 광화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대 노동자가 공장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 사고에서도 2인1조 근무 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사고로 숨진 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현장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3일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새벽 5시4분께 충남 서천군 장항읍 한솔제지 장항공장에서 롤지 운송장치를 고치던 황아무개(28·한솔이엠이 전기보전반 소속)씨가 운송장치를 움직이는 대형 무쇠 원반에 몸이 끼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현장에 있던 노동자는 경찰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반대로 작동해 수리를 요청했다. 황씨가 와서 기계 장치를 둘러보고는 자동 스위치를 수동으로 전환해달라고 해 스위치를 돌렸다. 황씨가 컨베이어 벨트의 턴테이블 아래 원반이 있는 곳을 살펴보는데 갑자기 원반이 회전하면서 황씨가 사고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황씨가 변을 당한 지점은 두루마리 형태의 종이 완제품을 포장해 보관용 창고로 보내는 구실을 하는 곳으로, 사고 당시에는 턴테이블에 지름 90㎝, 폭 50㎝ 크기의 감열지 롤을 포장해 라벨을 붙이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공장 관계자는 “3인1조로 4조3교대 근무를 한다. 전기 부문은 2인1조 근무가 원칙이며 사고 당시 1명은 공장의 다른 곳에서 보수 업무를 하고 있었다. 설비에 이상이 발생하면 수동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전원을 끄고 작업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서천경찰서와 보령고용노동지청은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영상을 분석하고 회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근무 매뉴얼을 지켰는지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회사 쪽에서는 ‘센서 박스는 원반 위쪽에 따로 설치돼 있어 원반 아래쪽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는데 왜 황씨가 원반 쪽으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으며 숨진 황씨의 사인을 밝히는 부검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인1조 근무가 지켜지지 않은 이유와 전원을 끄지 않고 작업을 한 배경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씨의 사고는 김용균씨 사고와 닮아 있다. 김씨도 지난해 12월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인1조로 작업하지 못하고 홀로 일하다가 숨졌다. 노동계에서 되풀이되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위험 작업장에선 2인1조 근무가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3월4일 김용균씨가 숨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2인1조 근무 원칙이 지켜진 덕분에 사망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편, 황씨는 2017년 12월 한솔이엠이(EME)에 입사해 한솔제지 장항공장 전기보전반에서 근무했으며, 한솔이엠이는 제지공장·물류설비 건설, 폐기물 수집·운반 및 발전, 수처리 설비 등 다양한 플랜트 건설과 유지·보수를 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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