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높은 자치단체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를 제한하는 조례가 부산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부산형 살찐 고양이법’으로 불리는 이 조례가 의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부산시는 8일 “행정안전부가 ‘부산광역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 기준에 관한 조례’가 상위법에 저촉된다고 통보해왔다. 행안부가 부산시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하라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빌려 지난달 26일 부산시에 공문을 보내 “상위법의 근거 없이 자치단체장의 권한에 의회가 개입하는 것이다.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공기업법 등에 따라 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임원은 자치단체장이 임명하므로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 결정권도 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이란 논리다.
앞서 부산시의회는 지난달 29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관련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부산시가 설립한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의 대표이사·이사·감사 등 임원의 연봉 상한선을 부산시장이 정해서 권고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례를 보면 연봉은 기본급과 고정수당·실적수당·급여성 복리후생비는 포함하고 성과급은 제외한다.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의 대표이사 연봉은 법정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에 12개월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의 7배, 대표이사를 뺀 이사·감사 등은 6배를 넘지 못한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하면 올해 대표이사 연봉은 1억4659만원, 이사·감사 등은 1억2565만원을 넘지 못하는데 부산시 공사·공단 대표이사와 출자·출연기관장 25명 가운데 일부의 연봉이 깎인다. 벡스코 대표이사는 1억7579만원에서 2920만원(16.6%), 아시아드컨트리클럽 대표이사는 1억6444만원에서 1785만원(12.1%) 줄어든다.
의회가 제정한 조례에 대해 자치단체가 이의를 제기하려면 의회에서 이송받은 날로부터 20일 안에 재의를 요구해야 하며 의회는 재의 요구서가 도착한 날로부터 10일 안에 조례안을 다시 상정해야 한다. 이런 절차에 따라 부산시는 18일까지 재의요구를 부산시의회에 해야 한다.
의회가 재의결을 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자치단체장이 이에 불복하면 20일 안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고, 주무장관은 자치단체장에게 재의요구나 제소를 요구할 수 있다. 자치단체장이 응하지 않으면 주무장관이 직접 대법원에 제소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기업 혁신을 하려는 의회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조례가 상위법에 어긋나면 행안부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살찐 고양이’는 미국 풍자만화에 등장하는 탐욕한 자본가를 말한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이 2016년 민간기업 경영진의 최고임금을 법정최저임금의 30배, 공공기관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는 5배가 넘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알바노조와 라이더유니온,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으로 구성된 ‘1:10 운동본부’에선 한국사회 최고임금과 최저임금의 비율을 1대 10으로 정하는 ‘1:10 운동’을 펴고 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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