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섬유업체 조사결과 “밀라노 프로젝트 실패” 해석도
대구지역 섬유업체들은 신제품 개발때 섬유관련 연구소에서 별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9일 대구시가 최근 대구와 경북지역 섬유업체 2700여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섬유관련 연구기관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섬유업체는 1.7%에 머물렀다. 회사 자체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사업장은 32.3%, 원사 메이커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업체 8.2%, 무역 중개상인 컨버터에서 도움을 받는 업체가 3.9%씩 각각 나타났다. 타사 제품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업체가 11%를 웃돌아 섬유업계의 오랜 관행인 ‘베끼기’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밀라노 프로젝트 사업에서 연구소 설립이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는데 섬유업체 현장에서 연구소의 도움을 별로 받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를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역경제계 일부에서는 “대부분의 섬유업체들이 연구기관에서 신제품 아이디어를 얻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는 ‘밀라노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산업자원부와 대구시는 1999년 부터 2003년까지 5년 동안 밀라노 프로젝트 1단계 사업에 680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지난해부터 또 다시 2008년까지 2단계 사업으로 1986억원을 들여 사업이 진행중이다. 밀라노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대구에서는 신제품 개발센터, 염색디자인 실용화 센터, 니트 시제품 센터 등 연구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대구지역 섬유 생산 기반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2001년부터 4년 동안 설비 감소율이 37.8%(섬유직기 5만4213대→3만3719대)에 이르고, 10년이 넘는 노후설비 비율도 제직기 74%, 염색기 73.3%로 조사됐다. 그동안 세계 화학섬유 시장을 선도해 오던 대구섬유가 생산능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마케팅 기능도 미약해져 무역부를 갖고 있는 기업은 7.2%로 크게 낮았다. 섬유경기가 침체되면서 섬유업체들은 수익으로 은행이자도 못갚는 업체가 49.3%를 웃돌았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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