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모금운동을 벌여 10억원짜리 종 제작을 추진해온 경기 포천시가 모금액이 목표에 못 미치자 뒤늦게 시 예산을 집행하려 해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포천시는 시 승격을 기념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문화관광자원을 만든다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시민대종제작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종 제작에 나섰다. 당시 시는 시민성금 6억원과 시예산 3억7천만원을 들여 오는 12월까지 군내면 구읍리 청성문화체육공원에 15t 규모의 종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 등이 ‘시민이 동의하지도 않는 종을 위해 10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들이는 것은 낭비’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여론의 반대에 부닥친 시민대종제작추진위원회가 최근까지 모금운동을 통해 모은 돈은 모두 2억7천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애초 목표한 돈의 절반도 모금하지 못한 시민대종제작추진위원회는 이미 지난 8~9월 종각과 종 제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종각이 6억1천만원, 종이 5억5천만원이다. 시민 모금운동이 부진하자 시는 최근 시의회에 ‘시민대종 제작지원’ 명목으로 5억원의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시민단체와 시의원들은 ‘시민들의 뜻을 무시한 예산책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흥구 시의원은 “애초 목표한 모금액도 달성하지 못했으면서 먼저 계약을 체결하고 나중에 시의회에 예산을 편성해달라는 것은 시의회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16일 예정된 시의회 예산안 심의에서 강력히 항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 시민단체인 포천사랑시민연대는 이 사업이 진행된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포천/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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