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나무를 베어낸 뒤 설치한 태양광 발전시설 허호준 기자
농지, 임야 같은 녹지를 훼손하면서 추진되는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사업에 대해 제주도가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단체에선 “한국의 재생에너지 수준에 견줘 지나친 대처”라며 우려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0일 “재생에너지도 중요하지만 태양광 발전사업을 빙자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농지나 임야에서 추진되는 태양광 발전사업을 막고 건물 지붕이나 이미 개발된 곳에서만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송영훈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이 도의회 본회의에서 “제주도가 탄소 없는 섬을 표방한 ‘2030 카본 프리 아일랜드’를 추진하면서 태양광 발전사업이 손쉽고 돈이 되는 ‘노후 재테크’가 돼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고 있다. 사업지역도 초지나 임야, 농지가 90%를 넘는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송 의원은 “태양광이 친환경 에너지라는 것에 동의하지만 산지 훼손 방식은 옳지 않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한쪽에서는 나무조림과 도시숲 사업을 추진하는데, 다른 쪽에서 나무를 베어내고 농지를 태양광 발전시설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난립하자 지난 1월7일 전기사업 허가 이후 개발행위를 허가하던 방식에서 ‘개발행위 허가 뒤 전기사업 허가’로 인허가 순서를 바꿨다. 도 관계자는 “보전 가치가 있는 지역은 불허하고, 개발행위 가능 지역만 대상으로 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하겠다며 전기사업허가를 받은 면적은 현재 886만㎡에 이르는데, 도는 이 가운데 35%가량만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지나친 대처”라며 반발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녹지 훼손 우려는 이해하지만 산림과 초지를 구분해야 한다“며 “보존가치가 있고 산림이 울창한 곳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농지나 초지는 이를 훼손하지 않고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 ‘영농형 태양광’이 그런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석탄 발전이 아직도 40%가 넘어 밀집도가 오이시디 최고 수준인데다 재생에너지가 4%도 안 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태양광 규제는 제대로 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고찰 없는 한가한 대처”라고 강조했다.
허호준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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