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방사돼 가족을 이룬 황새들이 먹잇감을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황새공원 제공
황새(천연기념물 199호)가 고향을 찾았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지난 14일 황새 한 마리가 충북 청주 교원대 내에 위치한 황새생태연구원 사육 시설로 날아왔다고 15일 밝혔다. 이 황새는 지난 2017년 충남 예산군 광시면 관음리에서 태어난 뒤 야생 방사된 암컷 황새 ‘갈황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갈황이의 다리에 끼어 있는 가락지의 위치 추적(GPS)을 했더니 갈황이는 예산을 거쳐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에 들른 뒤 미호천 등에서 노닐다 15일 충남 공주로 떠났다.
교원대는 갈황이 등 한국 황새의 고향이다. 1994년 한국 황새가 멸종한 뒤 1996년 러시아·독일 등지에서 황새를 들여와 인공 번식, 자연 부화 등을 통해 황새를 복원했다. 지금 교원대 생태연구원에는 황새 82마리가 자라고 있다. 또 2015년 예산군, 문화재청 등과 예산군 광시면에 황새공원(13만5669㎡)을 조성한 뒤 그해 황새 8마리를 자연에 방사하는 등 지금까지 33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야생 방사된 황새는 자연에서 19마리까지 번식했으나, 방사 황새 등 9마리는 폐사하고, 3마리는 다쳐 지금 40마리가 전국의 산하를 누비고 있다. 하동수 예산 황새 공원 연구사는 “야생 방사된 황새는 러시아, 일본, 중국, 북한 등에서 노닐다가 충남 서산·태안 등 천수만, 전북 고창 곰소만, 경남 김해, 강원 강릉 등에서 주로 발견된다. 날이 따뜻해지면 먹잇감이 많은 내륙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엔 청주 미호천에서도 황새가 발견됐다. 이 황새는 2016년에 태어난 암컷 ‘행운’이었다. 미호천은 1971년 야생 상태에서 황새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다. 이후 밀렵꾼이 쏜 총탄으로 수컷이 희생됐으며, 남은 암컷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가 1994년 숨을 거뒀다. 김수경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박사는 “황새는 회귀 본능이 있어 부모 세대의 고향인 교원대나 미호천 등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미호천은 수변, 농경지 등이 어우러져 황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도 크게 반겼다. 풀꿈환경재단 등 환경시민단체와 기업체 등 39곳은 미호천 보전 네트워크를 꾸리고, ‘황새가 날고,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 헤엄치는 미호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이사는 “황새가 고향에 돌아왔다는 것은 아직 미호천이 살아있다는 증거”라며 “이들이 스치듯 지나는 곳이 아니라 예전처럼 머무르며 무리 지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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