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공립 대안학교인 부산 강서구 송정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제가 학교 선택을 잘한 것 같아요. 체험 위주의 수업이 너무 좋아요.” 지난 12일 찾은 부산 강서구 송정동 송정중학교 1학년 김윤지(14)양은 이렇게 말했다. 이유리 음악교사는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악기를 다룬다. 수업 분위기는 일반 학교와 차이가 없다”고 귀띔했다.
송정중학교는 부산의 첫 공립 대안학교다. 정식 졸업장도 나온다. 1946년 개교했다가 마지막 졸업생 3명을 끝으로 2017년 2월 폐교된 송정초등학교를 리모델링했다. 대안학교 송정중학교의 탄생 계기는 2017년 9월 발생한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이었다. 부산 여중생들이 또래 학생을 집단 폭행한 일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부산시교육청은 학업에 흥미를 잃은 중학생들을 끌어안기 위해 중학교 1~3학년 각 20명씩 60명 정원의 기숙형 대안학교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부산 첫 공립 대안학교인 부산 강서구 송정중학교. 운동장 뒤쪽의 기숙사는 6월 완공된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부산 첫 공립 대안학교인 부산 강서구 송정중학교.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그러나 부산시교육청이 지난해 가을 기숙사 공사를 시작하자 인근 주민들이 학교로 몰려왔다. 주민들은 대안학교가 아닌 공립 유치원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공립 유치원의 필요보다는 대안학교 학생들에 대한 우려가 컸다. 시교육청은 우려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안 해도 되는 설명회를 10여차례나 열었다. 또 20여명의 주민들을 국내 첫 대안학교인 경남 산청군 간디학교에 데려가 견학시키기도 했다. 차차 주민들도 대안학교는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수용하는 곳이 아니라, 생각이 자유로운 아이들이 적성과 꿈에 맞는 공부를 하는 곳이라는 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부산 첫 공립 대안학교인 송정중학교 도서관.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방갈로와 공연장 등이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부산 첫 공립 대안학교인 송정중학교 도서관.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방갈로와 공연장 등이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시교육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주민들을 대안학교 운영에 참여시키기로 한 것이다. 학교 경비원, 미화원, 배움터지킴이 등 4명을 주민 중에서 채용했고, 신입생 면접에도 참관하도록 했다. 주민 1명을 학교 운영위원으로 위촉했다. 파격이었다. 이밖에 주민들과 함께 김장 담그기나 정월 대보름 달집 태우기 행사도 열었다. 서로 어울리며 불신의 벽을 허물었다.
마침내 송정중은 3월5일 예정대로 개교했다. 많은 대안학교가 주민과의 갈등으로 설립이 늦어지고 무산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었다. 주민들은 지난 1일 입학식에도 참석해 1학년 학생 19명을 따뜻하게 환영했다. 기숙사가 완공되는 6월엔 2~3학년 40명을 추가 선발한다.
부산 첫 공립 대안학교인 송정중학교 요리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부산 첫 공립 대안학교인 송정중학교 댄스연습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부산 첫 공립 대안학교인 송정중학교 교실은 2층에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이제 부산시교육청과 주민들은 송정중을 명문 대안학교로 만들겠단 꿈을 함께 꾼다. 시교육청이 100여억원을 투자해 학교를 리모델링하고 기숙사를 만들며, 모든 학생들은 수업료와 기숙사비를 면제받는다. 교과목은 목공, 실용음악, 요리 등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 위주다. 시설도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3층 도서관에선 누워서 책을 볼 수 있고, 공연도 할 수 있다. 교실에 노래방과 게임방도 만든다.
송정중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의 통 큰 포용으로 개교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정초 35회 졸업생인 김태상 마을 통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