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관리소장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협박한 조현병 환자를 경찰이 구속하는 대신 정신병원에 응급입원 시켰다. 조현병 환자에 의해 발생한 ‘진주 아파트 참사’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는 지난 20일 김해시 ㅇ아파트 주민 김아무개(39)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ㅈ병원에 응급입원 시켰다. 김씨는 아파트관리비 미납금을 여러 차례 독촉했던 아파트관리소장(63)을 지난 16일 오후 4시40분께 자신의 집으로 불러 흉기를 휘두르며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파트관리소장은 “이번 일을 겪기 전까지는 김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김씨가 발작하듯 갑자기 흉기를 휘둘러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 등 질병 때문에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용의자에 대한 경찰 조처다.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72시간이 입원 기한으로, 기한 안에 후속 조처를 결정해야 한다.
경찰은 “김씨가 ‘8년 전부터 조현병,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치료받고 있다’고 진술했고, 김씨 집에서 정신질환 치료약도 발견했다”며 김씨를 응급입원 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월 말에는 김씨 거주지 관할 주민센터가 김해시보건소에 김씨의 상담을 의뢰했으나, 김씨의 거부로 보건소는 김씨를 상담하지 못했다.
경찰·주민센터·보건소·아파트관리사무소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씨는 혼자서 세 자녀를 키우며 살고 있다. 직업이 없는 탓에 몇달씩 아파트관리비를 내지 못해 미납금 독촉을 여러 차례 당했다고 한다. 김씨는 석달 동안 받을 수 있는 긴급생계비를 올해 초 김해시에 신청해, 지난달까지 석달 동안 월 119만4900원씩 받았다.
김해시보건소는 김씨를 ‘보호입원’ 시키는 방안을 김씨 아버지와 논의하고 있다. 보호입원은 보호자 동의만으로 범행을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 시키는 제도다. 보건소가 6개월마다 심사해 재입원 여부를 결정한다. 주치의가 퇴원 소견을 내거나 보호자가 퇴원을 원하면 퇴원할 수 있다. 김씨가 입원하게 될 경우 김씨의 세 자녀는 할아버지가 돌보기로 했다.
김해시보건소 관계자는 “‘진주 아파트 참사’ 때문에 이번 사건이 관심을 받는 것이 다행스러우면서도 매우 안타깝다”며 “반짝 관심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제도 미비 등 전반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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