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권리를 주장하는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가 지난해 10월27일 오후 1시 서울 혜화역 2번출구 앞에서 곰탕집 유죄판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피고인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식당에서 여성 손님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된 30대 남성의 아내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관심을 끈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무죄가 가려지게 됐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ㄱ(39)씨 변호인 배철욱 변호사는 30일 ㄱ씨의 2심 판결을 바로 잡아달라는 취지로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2017년 11월 대전시의 한 곰탕집 식당 안에서 일행을 배웅하다가 여성 손님 ㄴ씨의 엉덩이를 만진 혐의(강제추행)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ㄱ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인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지난해 9월 ㄱ씨에게 징역 6개월에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 취업제한명령 3년을 선고하고 ㄱ씨를 법정구속했다.
이에 ㄱ씨는 2심 재판부인 부산지법에 항소했다. 부산지법 형사3부(재판장 남재현)는 지난 26일 ㄱ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ㄱ씨에게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160시간 사회봉사, 3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장의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보면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다. 피해자가 식당에서 손님들이 싸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곧바로 피해를 진술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에게 합의금 등을 요구한 적이 없는 것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하거나 허위 진술할 만한 동기나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사건 당일 신발을 싣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어깨만 부딪혀서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했으나 추후 경찰 피의자신문에선 ‘폐회로텔레비전을 보니 신체접촉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 덧붙였다.
ㄱ씨 변호인 배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목격자 진술 등 새로운 증거들이 제시됐는데도 재판부가 지인이라고 배척하는 등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상 분석가는 법정에서 ㄱ씨 손이 (여성의 엉덩이에) 안 닿은 것 같고 이후 장면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재판부가 여성의 주장을 더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진술 번복은 의도적으로 말을 번복하는 것이다. 생각나지 않는 기억을 바로 잡는 것은 진술 번복이 아니다. ㄱ씨는 (여성과의 신체접촉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상대방이 오해하고 따지는 영상의 장면을 보면서 우연한 신체접촉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말한 것인데 재판부가 진술 번복으로 해석했다”고 덧붙였다. ㄱ씨 사건은 ㄱ씨 아내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글을 올려 30만명 이상이 서명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남성 또는 여성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들이 가세하면서 남녀 성대결 구도로 비화됐다. 남성 권리를 주장하는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는 지난해 10월 서울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열어 “성범죄 피해 여성의 일관된 진술만 있으면 사법부가 형사소송의 무죄 추정을 어기고 유죄로 추정한다. 검찰의 벌금형 구형에 법원의 법정구속 판결은 부당하다. ㄱ씨의 혐의에 견줘 실형 선고는 지나치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비슷한 시각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은 당당위 집회장 근처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남함페는 “곰탕집 사건을 두고 인터넷에는 오직 가해자 입장만 대변하는 글이 수없이 공유되며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이 유포돼 2차 가해가 양산됐다. 남성들은 침묵을 지키고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