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버스 회사인 국일여객 운전기사들이 지난 12일부터 10여일째 생계 대책을 요구하며 도심에서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제공
노조가 인수하고 싶어도 빚 때문에 막막
80여명 8개월째 월급 못받아…대책 요구하며 ‘삼보일배’
20일 오전 10시, 대구시청앞 마당에서 대구 시내버스 회사인 국일여객 운전기사 80여명이 생계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매서운 칼바람속에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시위는 120일째 계속돼왔다. 지난 12일 부터는 영하의 겨울 날씨 속에 웃옷을 벗은 채 맨살에 조끼만 걸치고 대구시청∼동성로 1㎞를 세걸음 걷고 한 번 땅바닥에 엎드려 절하는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국일여객은 지난 8월 30일 경영난으로 부도가 났다. 운전기사들은 임금과 퇴직금 35억원을 받지 못한 채 졸지에 거리로 나 앉았다. 이들은 회사가 부도가 나기 훨씬 전인 지난 5월 부터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했다.
8개월째 월급 한 푼 받지 못한 운전기사 허태식(38)씨는 부인이 식당에 나가 벌어오는 한달 40만∼50만원의 수입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그는 “전기와 수도요금, 세금 등을 제외하면 한달 30만원으로 겨우 끼니만 때우고 있는 형편이라”며 “초등 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학교 급식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병원에서 암 판정을 받았다는 버스기사 ㅅ씨는 지난 8월 퇴직금을 받아 수술을 하려고 했지만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아무개(41)씨도 “부인이 집에서 핸드폰을 조립해 번 하루 일당 7천∼8천원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8살과 다섯살 난 쌍둥이 아들 등 삼형제를 데리고 어떻게 겨울을 보낼지 눈앞이 캄캄하다. 김아무개(43)씨는 “올해 고교 3학년인 딸이 수능 시험을 쳤지만 대학에 보낼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다”고 털어놨다.
국일여객 노조는 “노조에서 회사를 인수해 시내버스를 운행하겠다”고 나섰지만 부도가 나면서 진 빚 84억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일여객 백부현(52) 노조위원장은 “빚을 안고 회사를 떠맡을 수 는 없는 형편이라”며 “노조에서 새로운 시내버스 회사를 설립해 운영할 수 있도록 대구시에 요구해봤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대구시 류한국 교통국장은 “구속된 국일여객 권아무개 사장과 협의해 노조에서 회사를 맡을 수 있도록 추진중이지만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도 “현재 국일여객 시내버스 53대 가운데 40대를 노조에 넘기고 부채 일부를 떠맡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털어놨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