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장세용(66) 경북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장군’으로 소개하자 자유한국당 장석춘(62) 국회의원이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박 전 대통령(1917~1979)과 김 전 중앙정보부장(1926~1980)은 육군사관학교 동기(제2기)며 둘 다 구미에서 태어났다. 김 전 중앙정보부장은 실제 연대장과 사단장을 거친 장군 출신이다.
장석춘 의원은 7일 보도자료를 내어 장 시장이 김 전 중앙정보부장에게 ‘장군’이라는 호칭을 붙인 것을 비판하며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장 의원은 “구미시민 3000여명이 참석한 중요한 공식 행사에서 시장이라는 사람이 박정희 대통령 시해범을 장군이라고 말한 것은 충격적이다. 전쟁 후 극도로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을 단숨에 경제대국으로 이끈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영웅’으로 추대 되어도 부족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이어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범죄자 김재규를 구미시 공식행사에서 장군으로 드높여 부른 장세용 시장을 강력히 규탄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더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다. 공식적인 사과가 없을 시에는 또 다른 조치를 취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구미시을이 지역구인 장 의원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오전 10시 장 시장은 선산중학교에서 열린 ‘구미시 선산읍 승격 40주년 기념 선산읍민과 함께하는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 참석했다. 장 시장은 이 자리에서 선산읍에서 태어난 역사적 인물들을 언급하며 ’김재규 장군‘도 소개했다. 김 전 중앙정보부장은 구미 선산읍 이문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구미 상모동에서 태어났다.
장 시장은 이에 대해 “선산읍 행사에 참석해 단순히 선산읍 출신 인물들을 나열한 것 뿐인데 이걸 갖고 대국민사과를 하라니 황당하다. 역사적으로 있었던 사람을 있었다고 하는 건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여기는 북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중앙정보부장은 1979년 10월26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전가옥에서 박 전 대통령을 살해했다. 그는 이듬해 1월28일 육군 고등계엄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그해 5월24일 사형됐다. 김 전 중앙정보부장은 당시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을 살해한 이유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나라 국민들의 보다 많은 희생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김 전 중앙정보부장과 당시 차지철 대통령 경호실장의 갈등이 10·26의 배경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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