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지난 2013년 6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했던 노루의 개체 수가 급감하자 오는 7월부터 유해야생동물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그 많던 노루는 어디로 갔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 질 무렵 제주 5·16도로 제주마방목지에 가면 무리 지어 다니는 노루를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가끔 한두 마리만 보일 정도로 줄었다.
제주 노루는 부침을 거듭했다. 노루는 제주의 명물로 인기를 끌었으나 1980년대에 밀렵 등으로 멸종위기에 몰리자 대대적인 보호운동이 벌어졌다. 겨울철에는 노루의 먹이인 송악 줄기 주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도시 개발로 초지가 줄어들고 임야가 개간되면서 노루는 천덕꾸러기로 변했다.
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잇따라 제기되자 2013년 6월부터 의원 발의로 조례를 개정해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잡을 수 있도록 했다.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 조례는 2017년 6월 한 차례 더 연장해 오는 6월30일까지 일정한 절차를 밟으면 포획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 많이 잡아 제주도가 밝힌 노루의 적정 개체 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노루 개체 수는 2009년 1만2800여 마리에서 2015년에는 8천여 마리로 줄었고, 2016년 6200여 마리, 2017년 5700여 마리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3800여 마리로 급감했다. 이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적정 개체 수로 추정한 6100여 마리보다도 2300여 마리가 적은 것이다.
도는 노루 포획이 허용된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모두 7032마리가 잡혔다고 밝혔다. 또 차에 동물이 치여 죽는 ‘로드킬’로 2400여 마리가 죽었고, 들개의 공격이나 자연사까지 겹치면서 노루 개체 수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도는 오는 7월1일부터 1년 동안 노루를 유해야생동물 지정에서 해제하고, 포획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노루 적정 개체 수 유지와 보호를 위해 적정 개체 수를 재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2006년 노루의 적정 개체 수에 이르렀는데도 포획 수는 2017년 700여 마리, 지난해 900여 마리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제주도의 유해동물 지정 정책에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노루 적정 개체 수를 해마다 조사하고 있지만 노루의 감소세가 뚜렷한데도 매년 적정 개체 수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란 잘못된 데이터를 제공해왔다. 도는 노루 포획을 1년 유예할 것이 아니라 농가 대상 피해보상 현실화, 농지피해 방지 시설 개선 및 지원 등을 통해 노루와 농가가 공생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노루를 유해야생동물에서 영구적으로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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