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추진하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예정지.
제주 서남부지역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일대에 중국 자본으로 호텔 등 유원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물론 제주올레와 천주교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인근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송악산 개발반대대책위원회’는 “유원지 개발 반대를 촉구하는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벌인지 한달여 만에 1만명 이상이 서명했다”며 10일 제주도의회에 서명용지를 전달했다. 주민들은 지난 3월 말에도 1000여명의 개발 반대 서명을 받아 도의회에 낸 바 있다.
이들은 “제주도는 난개발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송악산은 제주에 얼마 남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자연경관이 남아 있는 곳으로,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며 유원지 사업 취소를 요구했다. 이들은 “제주지역에는 숙박시설의 과잉 공급으로 객실이 남아돌아 휴·폐업이 속출하고, 기존 호텔들도 반값 할인을 하는 등 제 살 깎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송악산 일대에 대규모 숙박시설이 들어오면 모슬포 지역 영세 숙박시설은 초토화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 일대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제주도민을 강제동원해 만든 해안 진지 동굴 15곳과 고사포진지, 알뜨르비행장 등이 보전돼 역사적 의미가 큰 지역이다.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역사문화유적을 훼손하는 중국 자본의 호텔 개발을 제주도가 허락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올레 10코스가 있는 송악산 인근에 유원지 개발사업이 추진되자 지난달 4일 성명을 내어 “계획대로 개발사업이 이뤄지면 송악산 주변 경관은 급격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올레꾼과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가장 큰 원동력은 제주 자연인데도 제주도는 이미 과도한 난개발로 오명을 쌓아가고 있다”며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중국 자본인 신해원이 추진하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은 대정읍 상모리 168 일대 19만1950㎡ 터에 3219억원을 들여 호텔 2개 동(545실)과 휴양특수시설(문화센터, 캠핑시설, 조각공원), 상업시설 등을 갖추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1995년 송악산 유원지로 지정 고시된 뒤, 2002년 개발사업시행승인이 취소됐다. 그러나 2013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하며 사업을 재개했고, 지난 1월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서 호텔 층수를 8층에서 6층으로 낮춰 조건부 통과됐다. 도는 사업 시행자가 보완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아직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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