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처럼 까만 새만금방조제 안 바닥(오른쪽)과 일반 건강한 갯벌 흙(왼쪽). 부안계화면 대책위 제공
“새만금 매립공사로 인한 미세먼지 때문에 못 살겠다.”
새만금 매립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북 부안군 계화면 계화리 새만금사업 농생명용지 7공구 현장에 주변 주민 200여명이 13일 오전 공사장 앞에서 대책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부안군 계화면 계화리의 장금마을 등 9개 마을 주민들이다.
주민들은 “새만금 공사현장에서는 매립할 흙을 구하지 못하자 새만금방조제 안 바닥의 썩은 퇴적토를 퍼올려 매립을 하고 있다. 시커멓게 썩은 퇴적물이 건조되면서 엄청난 미세먼지가 날려 피해가 극심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바람이 불면 먼지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날아다녀 창문도 못 열고, 빨래를 말릴 수도 없으며, 바깥일을 할 수도 없다. 2006년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완료된 뒤부터 갯벌이 마르면서 먼지가 날아왔는데, 갈수록 먼지가 심해져 더이상 고통을 참을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새만금 안 용지조성사업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농생명용지는 11개 공구(9430㏊)이다. 2013년 개발을 시작해 2017년 1개 공구(1513㏊)의 조성이 완료됐고, 10개 공구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새만금 매립토의 80% 가량은 새만금호 바닥에서 퍼올린 것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군산외항(16%)이나 새만금방조제 바깥 바다(4%)의 바닥을 퍼낸 토사를 활용한다.
실제 전북은 2015~2017년 3년 연속 전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나빴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첫번째 원인이 비산먼지(37%)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은 농생명용지 6개 공구 조성을 시작한 시기다.
전북 부안군 계화면 계화리 주민들이 13일 오전 인근 새만금 공사장 앞에서 먼지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안계화면 대책위 제공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지난달 21일 선상조사 통해 새만금호로 흐르는 만경강 주변 4곳에서 깊이별로 물의 염분과 용존산소 농도와 바닥에 쌓인 퇴적토 상태 등을 조사했다. 이들이 공개한 퇴적토는 악취를 풍기며 먹물처럼 검은색으로 썩어가고 있었으며, 보통의 깨끗한 갯벌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조사단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17년째 새만금 생태변화를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시민모임이다.
주민들은 당분간 계속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위를 벌일 방침이다. 박영만 계상마을 이장은 “방조제 건설뒤 어장이 사라져 피해를 입었는데 이제는 미세먼지로 또다시 고통받고 있다. 정부는 업체에 책임을 미루지 말고 대책을 적극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야생풀씨를 뿌리는 등 저감대책을 공사를 진행하는 농어촌공사에서 하는 것으로 알지만, 바닷바람이 세게 불면 어려운 점이 있는 등 계속 주민과 협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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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면적의 140배가 넘는 새만금지구의 토지이용계획 중에서 농생명용지(컬러부분) 계획. 전북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