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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학생과 교직원 1만명이 사직야구장을 찾은 까닭은?

등록 2019-05-15 13:11수정 2019-05-15 22:23

개교 73돌 맞아 부산 연고 롯데자이언츠 응원
지역시민과 지역 살리자는 의미로 학교가 기획
학생·시민 어깨걸고 응원. 상인들도 함박웃음
부산시민 ‘취업난 지방대생 힘내라’고 응원
14일 저녁 부산 사직야구장 정문 앞에서 부산대 학생들과 시민들이 경기 시작 전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다.
14일 저녁 부산 사직야구장 정문 앞에서 부산대 학생들과 시민들이 경기 시작 전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다.
”쌔려라(때려라의 경상도 방언)~쌔려라~”

지난 14일 저녁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엘지(LG)트윈스 경기가 열린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1루 쪽 응원석에서 홈팀인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하는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평일이고 롯데자이언츠가 연일 하위권을 헤매 관중이 뜸할 법한데 이날만큼은 웬만한 주말 경기보다 뜨거웠다.

응원을 주도한 이들은 부산대 학생들과 교직원들이었다. 단체로 제작한 붉은색 티를 입은 부산대 학생들은 시민들과 어울려서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1루 쪽 응원석은 온통 붉은색 물결로 뒤덮였다. 부산대 학생들 사이에 앉은 40~50대 시민들은 학생들과 어깨를 걸고 응원가를 불렀다.

이날 사직야구장을 찾은 부산대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1만여명. 사회민주화 바람을 타고 학내집회 등에 자주 모였던 1980~1990년대와 달리 취업을 위한 학업 부담 등으로 좀처럼 모이지 않는 요즘 대학의 문화를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14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부산대 합창단이 경기 전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14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부산대 합창단이 경기 전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부산대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사직야구장 단체 방문은 대학본부가 기획했다. 행사명은 ‘부산대-롯데자이언츠 매치데이’.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개교 73돌을 기념해 대학 구성원들이 하나가 되고 부산의 거점 국립대학인 부산대와 지역사회가 연대해서 지방의 발전을 모색하고 지역분권 분위기를 조성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입장권은 대학본부가 1~3루 쪽 좌석 1만개를 미리 구해서 총학생회 등을 통해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나눠줬다. 학생들은 음료수와 맥주 등 음식물을 준비해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삼삼오오 입장했다. 학교 쪽은 입장권을 보여주면 부산대 이름이 적힌 붉은색 티를 사직야구장 광장에서 나눠줬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이 14일 저녁 롯데자이언츠와 엘지트윈스 경기 전 시구를 하고 있다. 조한수 총학생회장은 방망이를 휘둘렀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이 14일 저녁 롯데자이언츠와 엘지트윈스 경기 전 시구를 하고 있다. 조한수 총학생회장은 방망이를 휘둘렀다.
모처럼 열띤 응원에 롯데자이언츠 선수들도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대호 선수가 연타석 1점 홈런을 날리자 사직야구장은 축제의 도가니로 변했다. 미국 출신 투수 제이크 톰슨(25)이 완봉승(4대 0)을 거두며 불과 2시간 13분 만에 경기가 끝나자 시민들은 아쉬워했다.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하던 한 시민은 “볼넷도 좀 줘서 시합을 더 해라”고 외쳐 관중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상인들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직야구장 주변의 가게들과 노점상들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사직야구장 매점들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1루 관중석 쪽 편의점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며 계산했다. 한 상인은 “롯데자이언츠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 장사가 안 됐는데 오늘은 대박을 터트렸다. 이런 날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롯데자이언츠 이대호 선수가 연타석 홈런을 날리자 부산대 학생들과 시민들이 일어나서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14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롯데자이언츠 이대호 선수가 연타석 홈런을 날리자 부산대 학생들과 시민들이 일어나서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14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부산대 학생들과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켜고 응원하고 있다.
14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부산대 학생들과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켜고 응원하고 있다.
시합 전 공식행사도 눈길을 끌었다. 부산대 합창단 40여명과 다문화 가정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운영돼 온 부산대 효원 레인보우 오케스트라 단원 5명이 함께 무대에 올라 애국가를 불렀다. 이어 전호환 부산대 총장이 투수 발판을 밟고 힘찬 시구를 했다. 포물선을 그리며 포수 쪽으로 하얀 공이 날아오자 조한수 총학생회장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시구와 시타를 마친 두 사람은 1루 쪽 관중석으로 이동해 나란히 앉아 응원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흐뭇해했다. 강아무개(55)씨는 “나는 부산대를 졸업했고 아들은 부산대를 다니다가 군대에 갔다. 교수와 제자가 함께하는 것을 보니 흐뭇하다. 취업으로 고통받는 지방대생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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