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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생이별 프랑스 입양여성 47년만에 고모 상봉

등록 2019-05-22 17:01수정 2019-05-23 08:32

어려서 프랑스로 입양된 제시카 브룬(오른쪽)이 22일 오전 전북경찰청 1층 현관에서 통역을 맡은 분과 함께 자신의 고모·고모부를 상봉하고 있다.
어려서 프랑스로 입양된 제시카 브룬(오른쪽)이 22일 오전 전북경찰청 1층 현관에서 통역을 맡은 분과 함께 자신의 고모·고모부를 상봉하고 있다.
제시카 브룬(한국이름 박나나·47)은 47년 전인 1972년 2월18일 전북 전주 예수병원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출산 뒤 건강이 나빠져, 어린 딸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 어려웠던 그의 아버지는 병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딸을 전북 익산의 한 영아원으로 보냈다. 6년을 영아원에서 보낸 뒤, 브룬은 입양기관을 통해 프랑스의 한 가정으로 보내졌다.

그는 12살 때 양부모를 따라 스페인으로 이사해 해양공학을 전공하고 현지 한 해운회사에서 근무했다. 2005년부터는 해양엔지니어로 노르웨이에 있는 한국 조선사에서 검사관으로 일했다. 하지만 순탄했던 삶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3년 스페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그는 양부모 모두를 잃었다. 두 번이나 부모를 잃었다는 슬픔과 상실감이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다. 동시에 모국을 향해 ‘어딘가에 친부가 살아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었다.

브룬은 지난 2월21일 전북경찰청을 찾아 헤어진 가족찾아주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자회견도 자처해 아버지가 그립다는 편지도 띄웠다. 경찰은 그의 어머니가 47년 전 예수병원에서 사망했다는 단서를 토대로 병원의 협조를 받아 부모의 이름과 주소를 파악했다. 최면수사기법도 동원해 제시카가 부모 얼굴을 기억할 수 있도록 했고, 그동안 원망했던 아버지를 용서하고 마음의 응어리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결국 지난 16일 주소지 검색을 통해 아버지의 제적등본을 확인해 뿌리찾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가 찾고자했던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다행히 고모는 생존해 있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께 전북지방경찰청 1층 현관에서 브룬은 고모와 고모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고모는 이 자리에서 “친언니를 많이 닮았다. 이렇게 만나서 다행이다”라고 연신 말했다. 브룬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주위에서도 ‘이제 그만 포기해라’고 권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경찰의 도움으로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게 됐다. 가족을 만나 정말 기쁘고 다시 한번 경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 민원실장 김형민 경감은 “석 달 동안 발품을 팔아 병원, 주민자치센터, 주소지 등을 찾아다니며 수소문을 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어 보람을 느낀다. 여러 기관 관계자들이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노력했기에 이런 좋은 결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6살 때 프랑스로 입양된 제시카 브룬(왼쪽)이 22일 오전 전북경찰청 1층 현관에서 통역을 맡은 분과 함께 자신의 고모를 기다리고 있다.
6살 때 프랑스로 입양된 제시카 브룬(왼쪽)이 22일 오전 전북경찰청 1층 현관에서 통역을 맡은 분과 함께 자신의 고모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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