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은 일종의 시위 같은 것. 살아있는 것 자체가 나에게 형벌. 그를 지키지 못한 벌.”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초대 대표일꾼을 지낸 명계남(68·사진) 배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인터넷에서 본 글인데,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며 봉하극장에 딸린 커피갤러리 ‘명배우의 탕비실’ 벽면 액자에 적힌 글을 가리켰다.
명계남 배우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다음해인 2010년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묘소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인근으로 이사를 왔고, 지난해 12월 봉하마을 길목 본산농공단지 안 공장건물에 ‘봉하극장 콜로노스’를 열었다. 그는 “대통령님이 여러 차례 ‘나는 농사를 지을 테니, 명 선생은 문화운동을 하면서 봉하마을에서 같이 삽시다’라고 권했으나, 서거 이후에야 봉하에 오게 됐다. 그렇게 돌아가실 줄 몰랐지만, 너무도 죄스럽다”고 말했다.
봉하극장 이름 ‘콜로노스’는 기원전 4세기 그리스 비극작가 소포클레스의 작품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 따온 것이다. 작품에서 오이디푸스는 오랜 세월 방랑하다가 콜로노스 숲으로 와서 생을 마감한다. 명 배우는 “숲을 좋아해서 떠오르는 이름을 붙였을 뿐,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곳 봉하마을 숲에서 살다가 생을 마치고 싶은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명 배우는 지역주민 10여명에게 연극을 가르치며 함께 공연하고 있다. 최근엔 <노무현입니다> 등 영화도 무료상영했다. 이날부터 25일까지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1인극 <아직 못다 한 이야기>를 공연한다. 그는 “나에게 노무현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 안타깝고 그리운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무대”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그 어떤 수모·비난·고통을 겪더라도, 여기가 감옥 같아도, 세상이 지옥 같아도, 그래도 당신이 살아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명 배우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노무현 대통령님이 지금도 살아서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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