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기도 여주교육지원청(교육장 강무빈) 3층 강당에서 열린 여주 청소년 어울림의 회에 참석한 여주지역 초·중·고 의원들.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여주 청소년어울림의회 개원식이 열린 여주교육지원청(교육장 강무빈) 3층 강당은 의장단 선거를 치르는 청소년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5명의 후보가 나선 의장 선거는 접전 끝에 결선 투표에서 박정은(18·점동고 2) 학생이 뽑혔다. 그는 “의회를 통해 청소년이 정치를 경험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청소년교육의회는 만 10~18살 청소년들이 주축이 돼 자신들이 사는 지역 교육과 관련한 정책을 제안하는 경기도의 청소년 민주주의 기구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초등학생 3학년~고교 3학년 재학생 가운데 신청을 받아 ‘지역 학생의회’를 꾸렸지만, 올해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참여도 허용하면서 이름도 ‘지역 청소년의회’로 바꿨다.
여주의 청소년교육의회인 청소년어울림의회 의원은 초등학교부터 고교 2학년까지 모두 33명이다. 이들은 여주시 45개 초·중·고교와 학교 밖 청소년 등 1만2900여명을 대표한다. 청소년 의원들은 이날 시의원과 전문강사를 초청해 의회의 역할과 정책을 제안하는 방법 등에 대한 강의를 듣고 토론했다. 점동초 6학년인 장철호(13) 학생은 “학교에서 자치회를 하다 보면, 친구들 의견이 마구 나와 진행하기가 어렵다. 의회에서 자치회를 잘 꾸리는 방법을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여주 청소년 어울림의 회에서 의장으로 뽑힌 박정은(18·점동고2) 학생이 “청소년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의회가 되도록 하겠다”며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여주를 비롯해 이날까지 개원식을 마친 경기도 내 청소년교육의회는 수원·성남·안산·의정부 등 모두 18곳이다. 오는 7월까지 군포·의왕 등 7곳이 더 개원한다. 의회 1곳당 의원 수는 평균 50여명 안팎이다.
청소년교육의회는 연중 7차례 상임위와 본회의를 열어 지역 교육 현안을 토론한다. 연말에는 시 교육청과 시청, 시의회 등에 정책 제안을 하는데, 지난해 처음 만들어진 교육의회의 정책 제안은 52개로 상당수가 해당 지역과 기관의 정책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대표적인 것이 가평학생의회가 가평군의회에 제안한 ‘보행로 안전 개선 방안’이다. “가평역과 가평고로 이어지는 보행로가 밤이 되면 길이 어두워져 주민과 가평고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 학생들이 관련 방안을 제안했다. 이후 주요 통학로 바닥에 ‘특별순찰구역’이라는 문구가 환하게 켜지는 로고젝터가 설치됐다.
지난해 가평군 학생의회의 정책 제안에 따라 올해 가평고 인근 보행로 바닥에 설치된 ‘특별순찰구역’ 로고젝터 모습. 가평교육지원청 제공
광명 학생교육의회의 ‘학교 시설 설치 및 준공 때 학생 의견을 수렴해달라’는 제안도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이 제안은 올해 경기도교육청의 정책으로 채택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달부터 ‘학생이 디자인하는 학교 공간 조성 계획’을 통해 학생이 학교를 디자인하는 정책 시행에 나섰다. 김광옥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청소년 인권의식을 함양하고 정책 제안과 토론역량을 강화해 좋은 정책 제안이 나오도록 전문가 풀단 지원 등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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