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인 ‘배드 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관계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 김욱준)는 29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구아무개(56)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약식기소는 범죄사실이 경미해 공판 절차 없이 벌금 등을 부과하는 것으로 이에 불복한 피고인은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사이트인 ‘배드 파더스’ 운영을 돕던 구씨는 2017년 10월께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이 사이트에 ㄱ씨 등 5명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들의 사진, 이름, 나이, 거주지, 직장 정보 등을 게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양육비 미지급과 관련해 신상 정보 공개로 피해를 보았다는 부모 중 5명(남성 4명, 여성 1명)이 구씨를 고소하자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그동안 조사해왔다. ‘배드 파더스’는 사이트에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무책임한 아빠들’의 변화를 촉구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검찰은 “배드 파더스의 경우 양육비 미지급 경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신상이 인터넷에 모두 공개되고, 상대방에게 확인 없이 일방의 제보만으로 공개되는 점을 확인했고 일부의 경우 상대방이 최선을 다해 양육비를 일부 지급했거나 판결문에 기재된 양육비 지급 시가가 도래하기 전이었는데도 신상 정보가 공개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증 절차 없는 이러한 개인에 의한 임의적인 신상공개는 허용할 수 없지만, 범행의 동기와 경위 등을 참작해 약식기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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