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원두커피를 맛볼 날이 있을까? 농촌진흥청이 한국산 커피 재배를 위한 연구의 첫발을 내디뎠다.
농진청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한국 날씨에도 잘 자라는 커피 종자를 개발하는 ‘아라비카 커피 저온적응성 계통 선발 및 재배기술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고 2일 밝혔다. 커피는 최고 30℃ 이하, 최저 5℃ 이상의 기온과 서리·강풍 등이 없는 환경에서 자란다.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한파를 이겨내야 하는 한국에선 재배하기 어려운 작물이라 지금까지 거의 수입에 의존했다. 경기, 전남, 전북, 제주 등 일부 농장에서 관광용 커피를 소량 재배하지만 생육 조건을 맞추기 까다로워 경제성이 낮은 편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커피를 재배하려면 겨울철에도 4∼5℃의 기온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연료비가 많이 든다”며 “국내 커피 재배를 위한 시설 기준도 없어 아직 생산성이 낮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이런 지리적·환경적 한계를 극복할 커피 품종 개발과 재배 기술 확립을 위한 연구를 2022년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4명의 연구자가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한 제주 지역에 총 19종의 커피나무를 심어 어떤 품종이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지를 연구하고 있다. 추운 환경에서도 견디는 커피 품종을 만들고, 그 품종에 적합한 시설 환경 기준을 만드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김경규 농진청장은 “(제주도에서의 실험은) 꽤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이 곡물 생산 강국이 되기는 어려워도 농업 기술 강국은 충분히 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상상력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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