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평화의 길’ 철원 구간 바로 밖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 안쪽 풍경. 남북을 넘나들며 굽이쳐 흐르는 역곡천이 보인다. 채윤태 기자
분단된 땅 위로 ‘역곡천’은 남북을 넘나들며 굽이쳐 흐르고 있었다. 오가는 길을 따라 북쪽으로는 길게 늘어선 철책이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했고, 60여년 동안 누구도 손대지 않은 숲이 여기저기서 펼쳐졌다. 4일 오후 ‘디엠제트(DMZ·비무장지대) 평화의 길’ 강원도 철원 구간에서 바라 본 남북의 산하는 푸르렀다.
“여기서는 수달이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아 바위 위에 올려 놓는 모습, 두루미가 날아와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디엠제트 평화의 길’ 관계자가 말했다. 김미숙 평화의 길 해설사가 “두루미 15개 종 가운데 7종이 디엠제트 안에서 1500마리 가량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유례없는 두루미의 서식지”라며 말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두루미, 수달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평화의 길’ 철원 구간은 정부가 지난 4월 고성 구간을 민간에 개방한 데 이어 지난 1일 두 번째로 개방한 구간이다. 이 구간은 전체거리 15㎞로,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백마고지에서 공작새능선, 화살머리고지 지피(GP·감시초소)로 이어진다. 고성과 달리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지피까지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서울 광화문에서 버스로 2시간반, 철원에서 다시 소형 버스와 도보로 약 1시간 정도 이동하면 만날 수 있다.
`평화의 길’ 철원 구간 비무장지대 밖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 안쪽 풍경. 행정안전부 제공
‘평화의 길’이지만 분단의 현실은 오히려 적나라하다. 이곳에서 군사분계선(MDL) 너머 북쪽을 바라보면 붉은 깃발이 나부끼는 북한군의 전진 감시초소가 눈에 들어온다. 우거진 원시림 사이로 북한군 지피와 한국군 지피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디엠제트 안 화살머리지피로 들어오기 위해 거쳐온 민간인통제선과 남방한계선의 3중 철책,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군사분계선과 북방한계선은 남북이 가까운 거리임에도 넘어야 할 벽은 높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현실에 좌절하며 풍경이라도 사진에 담으려고 하면 곳곳에서 “그 쪽은 군사 시설이라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군 관계자의 말이 이어진다. 아직은 눈으로만 담아야할 풍경들이다.
하지만 그만큼 또 생태·역사적으로 귀한 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려는 이유다. 안전과 보안, 생태계 보전 문제로 주 5일 하루 2번 20명씩만 방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하다. 고성구간은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평균 16대1, 철원구간은 8일 동안 평균 18.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참가 신청은 한국관광공사 걷기여행 누리집 ‘두루누비(www.durunubi.kr)’과 행정안전부 디엠지(DMZ) 통합정보시스템 ‘디엠지기(www.dmz.go.kr)’를 통해 할 수 있다. 참가자는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평화의 길’ 철원 구간 비무장지대 밖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 안쪽 풍경. 행정안전부 제공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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