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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시즌2, 다시 불붙는 지방정부 ’공공기관 유치전’

등록 2019-06-06 06:59수정 2019-06-06 07:07

122개 기관·5만8천명 이전 대상
지방정부 힘겨루기·유치 총력전
혼란 막으려면 본격 논의 시작해야
전문가 “총선 닥치면 늦는다” 지적
나주의 광주전남 혁신도시. 전남도 제공
나주의 광주전남 혁신도시. 전남도 제공
공공기관 2차 이전 유치를 위한 지방정부들의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 5월16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놓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9월 “수도권의 122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의에 불을 댕겼으나, 정부가 후속 조처를 내놓지 않아 열기가 식어버린 상태였다. 지방정부들은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힘겨루기에 나섰고, 태스크포스까지 꾸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 하반기에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지방정부들의 지나친 경쟁을 막으려면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를 본격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정부들, 공공기관 유치에 올인 이해찬 대표는 지난해 9월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과 대기업 1천개 중 75%가 몰려 있다. 지방은 소멸론에 시달리고 있다”며 122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공공기관 122곳에 근무하는 인원은 약 5만8천명에 이른다. 여기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이 포함돼 있다. 노무현 정부의 1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으로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옮겨간 공공기관 153곳, 5만1천명보다 기관 숫자는 적지만 근무 인원은 7천여명이 더 많다.

대전시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혁신도시 지정 등을 위한 ‘국회의원 초청 시정현안 간담회’를 연 모습. 허태정 대전시장 등 참석자들이 ‘대전을 혁신도시로!’라고 적힌 작은 펼침막을 들고 있다. 대전시청 제공
대전시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혁신도시 지정 등을 위한 ‘국회의원 초청 시정현안 간담회’를 연 모습. 허태정 대전시장 등 참석자들이 ‘대전을 혁신도시로!’라고 적힌 작은 펼침막을 들고 있다. 대전시청 제공
공공기관 유치에 나선 지방정부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은 대전과 충남이다. 수도권을 뺀 광역지방정부 가운데 혁신도시가 없는 지역은 이들 두 곳뿐이다. 대전과 충남은 세종시 출범 등의 이유로 1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에서 제외됐다. 대전시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대전을 찾았을 때, 옛 도심에 혁신도시를 지정해달라고 건의했다. 2월에는 세종시와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공동으로 ‘혁신도시 지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건의문도 냈다.

대전시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대응할 태스크포스(TF)를 다음달 꾸릴 방침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혁신도시 지정 제외로 인한 역차별 문제와 도시 내 불균형 발전을 해소해야 한다”며 “올해 시 최대 현안은 혁신도시 지정이다. 대전의 조직적 역량을 집중하겠다. 혁신도시로 지정받기 위해 충청권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충남은 홍성군을 중심으로 ‘혁신도시 추가 지정과 관련한 법 개정안을 하루빨리 처리해 달라’고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홍성군 관계자는 “내포신도시가 혁신도시로 지정돼 국가 지원을 받아야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혁신도시 추가 지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혁신도시가 있는 지방정부도 공공기관 추가 유치에 관심을 보이는 건 마찬가지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달 20일 “선제적으로 이전을 검토하는 기관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기관을 파악해 일대일로 만나 정주 여건 등 충북이 타 시도보다 우수한 점을 충분히 설명하는 등 이전 공공기관 유치에 나서달라”고 도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

대전, 충남은 세종시가 들어서면서 혁신도시를 만들지 못했다. 세종시 중심부의 모습. 행정도시청 제공
대전, 충남은 세종시가 들어서면서 혁신도시를 만들지 못했다. 세종시 중심부의 모습. 행정도시청 제공
호남권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1월 혁신도시담당관실에 혁신도시연구기획태스크포스위원회를 꾸린 뒤 공공기관 이전 적합기관을 35곳으로 정하고 유치전에 돌입했다. 광주에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한국문화정보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한국환경공단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9월 정무부지사 등 14명으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응팀과 자문단을 꾸렸다. 전남도는 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해양환경공단 등 모두 22곳을 유치 대상으로 정했다. 이후 7차례에 걸쳐 청와대,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에 이들 기관의 이전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전남도 정책기획관실 박병남씨는 “에너지 관련 산학연 집적단지와 섬·해양 등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관의 추가 이전이 필요하다. 정부의 밑그림이 나오면 유치 활동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남권에선 부산과 울산, 경북 등이 공공기관 유치에 관심을 보인다. 울산시는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추가 이전 대응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에너지산업 관련 공공기관의 추가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북도 역시 올해 초 공공기관 유치 지원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공공기관 유치 경쟁 과열 우려도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각 지방정부가 저마다 사활을 걸고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지역 간 갈등도 생겨나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파열음이 나오는 대표적인 지역은 부산과 전북이다. 이들 지역은 산업은행 등 금융 관련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저마다 자신들의 지역이 금융 중심지라고 주장하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앞서 부산과 전북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전북 제3 금융 중심지 지정’을 놓고도 갈등을 빚었다. 서울과 부산에 이어 전북혁신도시를 추가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려고 한 정부의 계획에 부산의 정치권과 상인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고, 제3 금융 중심지 지정이 지난 4월 사실상 무산됐다.

부산시는 ‘혁신도시 시즌2’에 맞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서울에 있는 금융 관련 공공기관 9곳을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원활한 유치전 준비를 위해 금융산업팀과 육성팀 등 전담팀까지 이미 꾸렸다. 부산시 서비스금융과 관계자는 “부산을 금융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금융 관련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꼭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등에 기회가 될 때마다 부산 유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전북도 역시 부산과 마찬가지로 산업은행 등 금융 관련 35개 기관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전 대상 기관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전략을 노출할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다. 상황 추이를 보면서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의회는 지난 3월 공공기관 유치지원특별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때 공동으로 최대의 혁신도시를 조성했던 광주, 전남은 이번엔 따로 공공기관을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 혁신도시가 전남 나주에 건설되면서 광주는 별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광주와 전남도는 각각 유치 희망 공공기관을 정해 경쟁적으로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당시 광주와 전남이 나주에 공동 혁신도시를 건설한 일은 지역 상생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엔 경쟁 상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광주시 관계자는 “추가 이전 공공기관을 광주·전남도의 공동 혁신도시(나주 빛가람)에 둘 것인지 결정되지 않았다. 두 지방정부 사이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혁신도시 시즌2’ 유치를 놓고 광역뿐 아니라 기초지방정부들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원주에 혁신도시가 있는 강원도에선 강릉과 춘천, 평창, 원주 등 4개 지방정부가 저마다 2차 강원 혁신도시는 자신들의 지역에 조성해야 한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부산혁신도시 문현지구. 부산시 제공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부산혁신도시 문현지구. 부산시 제공
혼란 막으려면 중앙정부가 나서야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은 정부와 집권 여당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2월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기획전시장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도시 시즌2’ 등 9개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2’는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도록 여전히 ‘검토 중’이다. 이해찬 대표가 지난해 9월 추가 이전 화두를 꺼낸 뒤에야 국토교통부는 ‘혁신도시 성과 평가 및 정책지원 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기존에 추진된 공공기관 이전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주요 내용이다. 추가 이전 대상 공공기관 선정 등 핵심 내용은 빠져 있다. 더욱이 이 용역 보고서의 최종 제출 기한은 내년 3월이다. 이후 ‘공공기관 추가 이전 결정’이 나더라도 이전 대상 공공기관 선정과 이전할 지역, 또 기존 혁신도시로 갈지, 아니면 지방 대도시의 구도심으로 갈지, 추가로 이전할 지역을 선정할지 등을 놓고 추가 논의가 불가피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을 추가로 이전할지와 어떤 기관을 어디로 옮길지 등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범부처 심의를 통해 결정할 내용”이라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해 명확한 방침을 제시하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시급히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광주대 교수, 전국혁신도시포럼 대표)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결정되면 공공기관을 서로 유치하려는 지방정부와 정치권 등 전국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2차 공공기관 이전 여부와 규모 등을 하루빨리 결정하는 것만이 갈등과 혼란을 막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이전 결정이 나더라도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관할 부처와 협의해야 하고, 이전 계획을 세워야 하고, 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이전 계획이 확정된다. 참여정부 때를 돌아보면 이 과정에만 보통 2년 정도 걸렸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임기가 3년도 남지 않았다. 공공기관 2차 이전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혁 송인걸 정대하 안관옥 김광수 기자 psh@hani.co.kr

농촌진흥청 등 12개 기관이 이전한 전북 혁신도시. 전북도 제공
농촌진흥청 등 12개 기관이 이전한 전북 혁신도시. 전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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