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경우 10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와 국회사무처 일부를 옮기는 방안이 가장 타당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0개 상임위만 세종시로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국회 17개 상임위 전체를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국회 분원 설치가 실행에 옮겨질지에 관심이 모인다.
13일 국회사무처가 발표한 ‘업무효율성 제고를 위한 국회분원 설치 및 운영방안’을 보면, 세종시 국회 분원에는 상임위 10개와 예결위, 예산정책처, 조사처, 회의와 분원 관리를 위한 사무처 일부 조직을 두는 것(B1안)이 행정비용 감소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제시됐다. 10개 상임위는 정무위, 기획재정위, 교육위, 행정안전위, 문화체육관광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국토교통위 등이다. 모두 관련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한 상임위다.
이 안은 국회의 기능 면에서 10개 상임위의 예산안 및 결산 심사, 법률안 심사, 국정감사, 업무현안보고 기능이 세종시로 이전하는 내용이다. 또한 예결위의 예산안 및 결산 종합심사는 여의도 국회가 아니라 세종에서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세종으로 이전하게 되는 인력은 269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산 및 결산 때만 세종에 상주하는 국회의원과 분원 설치로 사무처 등에 신설되는 기능에 따라 증원되는 인원을 뺀 수치다.
다만, 이 안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비교 항목에 설계·건축 및 유지관리 같은 직접 이전 비용이 제외돼 있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최종보고회에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사무처는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이번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구는 지난 1월부터 6개월 동안 진행됐고, 국토연구원은 국회의 기능과 소속 부서·기관별로 이전 우선순위를 정한 뒤 이를 조합해 이전 규모에 따라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5개 안은 국회 핵심인 상임위원회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한 에이(A)1·2안과 상임위를 포함한 비(B)1·2·3안으로 나눴다. 이렇게 나눈 이유는 상임위를 이전했을 때 “위헌 여부 등에 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 연구원 쪽의 설명이다. 연구원은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바탕으로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본회의가 국회의 본질적이고 중추적인 기능”이라고 해석했지만, “우리 국회의 상임위 중심주의를 고려할 경우 상임위의 세종분원 이전에 대한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며 5가지 방안을 제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 분원 터는 국무총리실 인근이 적합
5가지 안 가운데 이전 규모가 가장 작은 A1안은 세종시에 설치되는 국회 분원에 회의실만을 설치하는 안이다. 위원회나 소속기관 없이 최소한의 공간만 두는 것이다. A2안은 예·결산 심사와 국정감사 기능을 이전하는 안으로, 예결위와 예정처, 사무처 일부가 옮겨가게 된다. 이전 대상에 상임위가 포함되는 B안은 예·결산 심사, 국정감사와 함께 법률안 검토, 업무현안보고 등 국회 대부분의 기능을 이전하는 방안이다. 예결위, 예정처와 함께 입법조사처도 옮겨가게 된다. 이전 상임위 수에 따라 B1(10개), B2(13개), B3(17개)로 나눴는데, B3안의 경우 17개 상임위 전체와 도서관, 미래연구원 등 국회 소속기관이 전부 분원으로 이전한다. 본원인 서울엔 본회의 개최 기능만 남게 된다.
세종시 정부청사 부근의 국회 이전 후보지. 세종시 제공
필요한 연면적은 3만2778~19만9426㎡로 제시됐다. 설비시설이나 주차장 등 부대시설은 빠진 규모다. 현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연면적은 8만1444㎡, 국회 주요시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국회의원회관은 16만3055㎡다. 국토연구원은 국회 분원이 이전하게 될 세종시 내 입지로 모두 5곳을 제시하고 이 가운데 국무조정실 인근 50만㎡ 규모의 B부지를 가장 적합한 곳으로 제시했다. 국무조정실과 반경 1㎞ 거리이면서 호수공원, 국립세종수목원(2020년 예정)과 인접해 있고, ‘입법타운’ 등으로 고려되는 주변 다른 후보지로 확장이 쉽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 밖에 이전 기관 종사자들의 주거 안정책으로 △주택 특별공급 △사택 및 게스트하우스 제공 등을 제시했고 정주 여건 지원책으로 △직장어린이집 설치 △육아도우미 인력풀 운영 △가족 직업알선 지원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 수도권 인구 2만6천명 감소 효과
분원 설치가 아니라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수도권 인구 분산뿐만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겨레>가 지난 4월 보도한 2017년 국회사무처의 ‘국회 분원 설치의 타당성 연구’를 보면,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수도권에서 7만명이 넘는 인구가 지역으로 옮겨갈 뿐 아니라, 지방에 30년 동안 5조원의 생산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경우에도 세종에 있는 부처 소관 상임위와 예결위를 이전했을 때 1800여명의 국회 공무원이 세종 등 충청권으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 수도권 인구는 약 2만5897명 줄고 충청권은 1만9201명, 영호남권은 4009명이 늘 것으로 추정됐다. 지역내총생산은 해마다 수도권에서 약 760억원이 주는 반면 충청권에서 650억원, 영호남권에서 135억원이 늘 것으로 예측됐다.
2017년에 이은 이번 연구는 2016년 6월 국회 분원 설치를 뼈대로 발의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해찬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과 관련해, 국회운영위의 심사를 위한 목적으로 실시됐다. 국회사무처에서 연구한 이들 방안이 실현되면 적어도 세종시 내에 국회 회의 공간이 마련되고 예·결산 심사와 국정감사 기능까지 세종시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
■ 민주당 핵심관계자 “당 차원서 추진할 것”
민주당은 국회 분원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토연구원 보고서를 토대로 당 차원에서 분원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의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이 대표의 지론이 국회 상임위가 모두 세종으로 내려가는 것이어서, 용역보고서에 담긴 안 가운데 상임위 전부가 내려가는 B3안이 중점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사무처는 국회 운영에 관한 사항을 맡고 있는 국회운영위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용역 결과를 참고삼아 운영위에서 국회법을 개정해서 사업을 추진할지, 법 개정 없이 사업을 추진할지 결정할 것”이라며 “운영위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사무처 차원에서 일을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국회 분원 설치에 대해 “당 차원에서 공식 입장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박기용 김원철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