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숙 문화재청장이 문화재 지정과 관련해 숱한 논란을 일으킨 서울 성북구 성락원의 문화재 지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 지정뒤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성락원이 조선 전통 정원이라며 복원에 56억원의 예산을 투입 중이었다.
23일 정 청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락원 명승지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성락원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소유자의 증언과 현대 기록에만 의존해 국가지정문화재가 됐다. 인물 고증과 역사 고증이 미흡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성락원의 문화재 지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화재청은 명승으로 지정된 문화재 가운데 성락원처럼 인물과 관련된 별서·정원 21건을 전수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에 오른 별서·정원은 전남 담양 소쇄원, 명옥헌 원림, 진도 운림산방, 서울 종로구 부암동 백석동천 등이다. 정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청에서 오랜 기간 누적돼온 모든 명승 문화재를 전수 조사하기 어렵지만,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조사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연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조판서 심상응이 역사적으로 허위 인물이라는 사실은 문화재청이 국사편찬위에 한 번만 확인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지난 27년간 잘못된 정보를 알려왔다”며 “성락원을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닌 서울시가 관리하는 지방문화재로 재지정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규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장도 “성락원이 사적으로 지정될 당시,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는데도 왜 문화재로 지정됐는지 의아한 점이 있다”며 “다만 성락원의 연못 영벽지는 보존해야 할 필요가 있어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성락원’이란 명칭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성락원의 역사를 조사한 안대회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장은 “성락원이라는 명칭은 조선정원의 작명법과는 무관하고, 한국어도 아니고 한문도 아닌 이상한 말”이라며 “대안으로 애초 성락원 일대에 별서를 조성했다고 밝혀진 내시 황윤명의 문집에 나온 이름인 쌍괴당, 쌍괴누옥, 쌍괴실, 삼가루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