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수색국(DPAA)에서 ‘한국전쟁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제니 진(한국 이름 진주현) 박사가 지난해 10월23일 여러 종류의 뼈를 들어 보이며 유해 감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 전쟁에서 숨진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유해 가운데 일부를 올해 안에 찾아온다.
행정안전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수색국(DPAA)과 협력해 태평양 전쟁 당시 키리바시의 타라와섬에 강제동원된 한국인 피해자들의 유해를 오는 12월까지 돌려받을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한국인 피해자 유해가 발굴된 타라와는 한국에서 6100㎞가량 떨어진 태평양 중부의 섬으로 미국과 일본이 1943년 11월20일부터 72시간 동안 전투를 벌인 곳이다. 이 전투에 참가한 일본군 4800여명 가운데 대부분인 4713명이 숨졌다. 4800명의 일본군 가운데는 한국인 1200명이 포함됐는데, 이들은 강제동원돼 일본군 소속으로 싸웠다. 이 전투 희생자 가운데 일본 정부가 공식 확인한 한국인 희생자는 586명이다. 지난해 12월까지 행안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은 타라와 전투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가족 391명에게 유전자 정보 채취를 요청했고 이 가운데 184명이 동의해 참여했다.
국과수는 지난 3월 법의학·법유전자·법화학 전문가를 유해가 보관된 타라와와 하와이에 보내 아시아계 희생자 유해 시료(뼛조각) 150여개를 가져왔다. 이 가운데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시료는 모두 145개다. 국과수는 8월까지 이 시료와 강제동원 피해자 가족의 유전자 정보를 대조해 분석한다. 시료가 훼손돼 유전자 검사가 어려우면 동위원소를 분석해 한국인 여부를 확인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한국인임이 확인되면 오는 11~12월 유해 전체를 돌려받는다.
이를 위해 국과수는 26일(현지시각) 하와이에서 미 국방부 수색국과 업무 협약을 맺어 태평양 전쟁에서 실종된 한국인과 미국인의 유해를 발굴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데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미국과 협력해 태평양 전쟁에서 숨진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해를 찾는 일은 이번이 최초”라며 “앞으로 태평양의 남양군도와 솔로몬 제도 등 다른 지역에 묻혀 있는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해도 찾아서 모셔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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