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3월 중앙정보부가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발표한 ‘울릉도 간첩단 사건’은 대표적인 간첩조작사건이다. 같은 해 4월, 이 사건으로 검거된 32명이 서울형사지법(현 서울중앙지법)으로 첫 재판을 받으러 가고 있다. 1975년 보도사진연감
행정안전부가 간첩조작사건으로 서훈이 취소된 이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등 서훈 추천기관과 협의하기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는 고문이나 가혹 행위로 생긴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고 국가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간첩조작사건 관련 서훈 취소자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간첩조작사건 관련자에 대한 서훈이 취소된 적은 있지만, 그 대상자의 명단이 공개된 적은 없다.
서훈이 취소되면 대상자 명단과 사유를 관보에 올려야 한다. 다만 서훈 추천기관은 국가안보 문제를 들어 해당 정보를 비공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동안 국정원과 경찰청은 ‘상훈법’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을 근거로 서훈 취소 명단과 사유를 공개하지 않도록 행안부에 요구해왔다. 정보공개법(9조)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공기관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행안부는 간첩조작사건 관련자의 실명 공개 행위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인권보호의 공익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정원과 경찰청은 간첩 관련 업무정보가 밖으로 새나갈 것을 우려해 행안부의 요청을 거절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국가안보의 위험보다 피해자 구제에 의한 공익이 더 크다고 본다. 법에 근거해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정보를 공개하기로 방침을 세워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들 기관과 협의에 들어가 이달 안에 명단 공개를 확정짓기로 했다.
행안부는 지난해부터 ‘울릉도 간첩단 사건’ 등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53명의 서훈을 취소한 바 있다. 국정원과 경찰청이 명단 공개에 합의할 경우, 간첩조작사건으로 서훈이 취소된 53명 실명은 관보에 공개된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