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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시에 안 만든다

등록 2019-09-17 04:59수정 2019-09-17 07:06

청와대 “기존 시설 쓰면 돼” 결론
행안부도 “새 청사 설계에 미반영”
국회 분원·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여당의 균형발전 정책과 어긋나
청와대 본관. 청와대 제공
청와대 본관.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분원 설치를 적극 추진하는 것이나, 내년 총선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적극 검토하는 흐름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민주당에선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는 당정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최근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 기자와 한 통화에서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결론이 났다. 대통령은 세종시에 가면 기존의 시설을 쓰면 되고 새로운 시설을 굳이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애초 대통령은 광화문 제2집무실로 가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됐다. 현 정부에서 (세종 집무실을) 추진해도 다음 정부에서나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애초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는 지난 1월 이춘희 세종시장이 건의한 뒤 청와대에서 검토해왔다.

이와 관련해 세종시에 새 청사 건설을 추진 중인 행정안전부도 대통령 제2집무실은 새 청사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황승진 행안부 정부청사기획과장은 “제2집무실 이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현재 설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건물을 짓고 난 뒤라도 제2집무실 설치가 결정되면 보안시설들을 설치해 집무실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행안부는 정부세종청사 중심에 새 청사 건설을 추진 중이며, 청와대에서 제2집무실 설치를 결정하면 설계에 반영할 예정이었다.

국회 본관. 김규원 기자
국회 본관. 김규원 기자
세종시의 대통령 제2집무실 추진 중단은 국회 분원 설치나 2차 공공기관 이전 등을 추진 중인 민주당의 정책 방향과 배치된다. 박병석 국회세종의사당추진특별위원회(세종국회특위) 공동위원장은 “현재 세종 국회 설치가 추진 중이기 때문에 대통령 제2집무실도 함께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 여부는 당정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2집무실 설치를 건의한 이춘희 세종시장은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국회 사무처가 세종시 국회분원 설치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민주당은 세종국회특위를 꾸려 지난 5일 첫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특위는 세종시 국회에 11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등을 이전하고, 국회 입지는 국회 사무처 연구에서 제안된 터(B 후보지)로 추진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박병석 세종국회특위 공동위원장은 “현재 입법부가 행정부와 떨어져 있어서 생기는 비효율이 심각하다. 행정부의 70% 가까이가 세종시에 있는데, 국회가 세종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야당도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논의를 통해서 합의안을 이끌어내겠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총선에서 제시해 주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 공약으로 122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은 지난 5월 국토연구원에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르면 올해 말께 결과가 나온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공약 채택 여부는 연구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 총선 공약과 관련해선 당대표에게 주도권이 있고, 당내에서도 계속 이야기가 나온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윤태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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