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강제동원 희생자 고 정용만씨가 1985년 작성한 마지막 편지. 행정안전부 제공
일제강점기에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됐다가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 14명의 유해가 국내로 돌아왔다.
행정안전부는 1938년∼1945년 일제에 의해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된 한인 희생자 유해 14위를 봉환해 7일 충남 천안 ‘국립망향의동산’에 안치한다고 6일 밝혔다. 정부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한인 유해 71위를 봉환한 바 있으며, 이번이 7차 봉환으로 전체 봉환 유해는 85위다.
러시아 사할린 10곳의 공동묘지에서 수습된 유해는 지난 6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립망향의동산으로 봉환됐다. 정부는 7일 오후 2시 추도식 후 유해를 봉안당에 안치할 계획이다.
고 정용만씨가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되기 전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 행정안전부 제공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사할린으로 끌려가 탄광, 토목공사, 공장 등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으며 고국 땅을 그리다 생을 마감해야 했다. 징용으로 끌려갔던 이들은 광복 뒤에도 일본 정부의 방치와 옛 소련의 무관심으로 귀환길이 막혔다가, 1990년 한·러 수교가 이뤄지면서 귀환 길이 열렸다.
할아버지 고 정용만(1911~1986년)씨의 유해를 봉환한 손자 정용달(51)씨는 “1943년 초여름, 논에 물 대러 나갔다가 징용에 끌려간 남편과 생이별을 한 94세의 할머니는 6살 사내아이와 뱃속의 딸을 홀로 키우며 한 많은 삶을 사셨다”며 “남편이 한 줌의 유골로 돌아왔지만, 할머니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할린 지역의 한인 희생자 유해봉환 사업과 강제징용 기록물 수집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정부협정을 추진 중이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