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가야 관광벨트’ 1단계 정비 마무리
고분박물관·능역·천문대·문화행사 다채
고분박물관·능역·천문대·문화행사 다채
금관가야의 500년 도읍지였던 경남 김해시가 세계적인 관광·문화도시로 비상하기 위해 힘찬 날개짓을 하고 있다.
1300여억원 투자=10년 전인 1995년, 인구 26만명에 연간 예산 2500억원의 중소도시였던 김해시는 문화·체육시설로는 김해도서관과 63년 조성된 공설운동장이 전부였다. 가야왕국 시조인 김수로왕 탄생설화를 간직한 구지봉과 금관가야시대 지배층의 공동 묘역인 대성동 고분 등 시가지 곳곳에 가야시대의 역사·문화자원이 남아 있었지만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자각과 반성 속에 김해시는 1999년부터 가야문화환경 정비사업을 벌이며 ‘관광도시 김해’ 만들기에 나섰다. 올해 1단계 작업이 대부분 끝나는 이 사업은 한때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패권을 다퉜던 가야왕국의 맹주국 금관가야 문화를 복원 또는 정비해 관광벨트로 만드는 것이다.
이 사업엔 유적발굴 등 기초조사연구비 73억원, 4만평 터 매입비 547억원, 대성동 고분박물관 등 11곳 시설비 513억원, 유적연결로 등 기반시설 5곳 조성비 164억원 등 국·도·시비 1300여억원이 투자됐다.
밀려드는 관광객=가야문화환경 정비사업으로 각종 시설들이 속속 완공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2002년 8월 개관한 대성동 고분박물관엔 지금까지 60만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억새풀로 조성된 고분능역은 유치원생 등의 자연생태학습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성동 고분과 수로왕릉 사이에 있는 1만1000여평의 공설운동장은 상수리나무 등 재래수종과 잔디광장 등으로 꾸며져 가족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해반천 옆 2.5㎞의 왕복 2차로는 분수광장, 산책로, 조명 등을 갖춘 ‘가야의 거리’로 재단장해,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 고분박물관 등을 찾은 이들이 산책로로 꼭 둘러보고 간다.
2001년 말 48억원을 들여 분성산 정상에 지은 천문대(지상 2층)엔 60㎝ 반사망원경과 20㎝ 굴절망원경 등으로 은하와 소행성 등을 관측하기 위해 주말마다 1000여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김해시가 가야문화환경 정비사업 1단계 작업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지난 10월 처음 연 가야세계문화축전엔 16일 동안 약 100만명이 다녀가 지역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문화도시 김해=‘고급 예술문화의 대중화’라는 기치아래 약 9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달 25일 문을 연 김해 문화의 전당은 경남의 문화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내동 연지공원 근처 1만3000여평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들어선 문화의 전당은 공연장 좌석 규모가 2000석을 넘고, 실내 아이스링크와 수영장 등 스포츠센터를 갖춰 부산과 창원 등에서도 이용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개관일부터 이달 31일까지 36일 동안 29건의 공연이 57차례 열리는 개관축하공연도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관을 기념해 대공연장(마루홀·1464석)에서 열린 금난새와 유라시안 필하모니 공연은 물론 이달 3일 소공연장(누리홀·540석)에서 처음 열린 손숙 주연의 연극 〈어머니〉도 자리가 꽉 차 주위를 놀라게 했다.
윤슬미술관 등 전시실에선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 베니스비엔날레 수상작가 전수천, 〈그림 읽어주는 여자〉의 저자 한젬마, 김해 출신 서양화가 김홍석 등 유명작가의 품격 높은 작품들이 연일 전시돼, 지역 미술 애호가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김승업 김해 문화의 전당 사장은 “예술의 전당 등에서 크고 작은 개관 및 재개관 축하공연을 7차례 이상 열었지만 개관 축하 첫 공연이 매진된 적은 없었다”며 “김해시민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가야문화 인프라 활용…제2 경주로” 송은복 김해시장
“김해를 세계적인 관광·문화도시로 만들겠습니다.”
1995년 민선시장 당선을 시작으로 내리 3선의 기염을 토하며 10년 동안 김해시정을 이끌고 있는 송은복(62·사진) 시장은 1300여억원을 들인 가야문화환경 정비 1단계 사업을 거의 마무리 지었으면서도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해는 가야문화의 발상지이면서도 역사적 사료의 부족과 국가적 무관심 등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가야문화 발원지 김해를 경주처럼 세계적인 관광·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가야사 복원 2단계 사업을 곧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스스로도 문화 쪽에는 문외한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민선시장 취임 뒤 김해가 살기좋은 경쟁력 있는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선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가야문화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축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지역 고유문화와 연관성 있는 최고의 축제를 만들어야 다른 자치단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그는 지난 10월 성공리에 연 가야세계문화축전을 위해 지난해 6월 우리나라 마당극의 효시로 불리는 임진택 감독을 집행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전국 각지의 축제전문가를 초빙해 축제기획단을 꾸렸다. 예산도 연간 4억~5억원이 드는 기존 가락문화제의 5배 가량인 20억원을 배정했다.
그는 “관광도시로 거듭나려면 문화시설도 뒤따라야 한다”며 “지난달 개관한 문화의 전당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방문화예술회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준높은 작품을 공연하는 최고의 시설로 꾸몄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을 따뜻하게 하고 쓰다듬어 주는 공간은 많을 수록 좋다”며 “문화의 전당 지하에 배치한 빙상장과 수영장 등 체육·편의시설은 이런 구실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건축구조물 하나라도 최고 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며 “내년 5월 임기가 다할 때까지 세계 속의 관광·문화도시 김해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해시 진례면에서 태어난 송 시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청와대 행정관과 부산시 감사실장, 내무부 공보관 등을 역임하다 95년부터 민선 김해시장에 당선돼 시정을 이끌고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가야문화 인프라 활용…제2 경주로” 송은복 김해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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