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오른쪽)과 최완현 수산과학원장이 전남 해남의 한 양식장에서 1년 된 킹전복과 일반 전복을 들어 비교해보이고 있다. 해수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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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전남 해남군 송지면 어란리 어란진항 앞바다의 ㄱ수산 ‘킹전복’ 양식장. 국립수산과학원과 양식업체 직원들이 지난해 12월부터 키운 킹전복과 일반 전복의 양식판을 하나씩 들어 올려 전복 10개씩을 무작위로 떼냈다. 각각 무게를 재보니 위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킹전복이 일반 전복보다 평균 1.86배 무거웠다. 수산과학원의 사전 조사에서도 킹전복의 무게가 일반 전복의 평균 1.85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웃 완도의 ㄴ수산 양식장에선 이보다 차이가 작았지만, 역시 킹전복 무게가 일반전복의 1.61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킹전복의 빠른 성장에 대해 김우진 수산과학원 육종연구센터장은 “2000년부터 좋은 참전복 종자를 관리해왔고, 2004년부터 5세대에 걸쳐 성장이 빠른 품종을 만들었다. 이를 2015년부터 시험 양식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민간 양식장에 보급했다”고 설명했다.
수산과학원은 지난해 전국 21곳 전복 양식장에 5억마리의 새끼 전복을 분양했고, ㄱ수산 등 전남 해남의 2곳, ㄴ수산 등 완도의 2곳 양식장을 우수 업체로 선정했다. 올해 수산과학원은 이들 4곳 양식장에 5억마리의 새끼 전복을 집중적으로 보급했다. 양철(61) ㄱ수산 사장은 “1년 키워보니 일반 전복보다 1.5배 이상 더 크다. 원래는 3년 키워야 출하할 수 있는데, 킹전복은 2년이 되는 내년이면 출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남 해남 한 양식장의 양식판에 붙어 자라는 킹전복. 해수부 제공
킹전복 출시로 전복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아직까지 어민들이 킹전복 도입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최완현 수산과학원장은 “일부 어민들이 현재 전복 가격이 좋고 잘 팔리는데, 굳이 새 품종을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와 수요가 늘어 전복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양식장을 방문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5년 안에 킹전복을 모든 양식장에 보급해 고급 해산물인 전복을 대중화하겠다”고 말했다. 해수부와 수산과학원은 킹전복의 민간 양식장 보급률을 2022년까지 20%, 2024년까지 40%로 높일 계획이다.
현재 전복은 생산 원가가 ㎏당 3만3천원에 이르는 고급 해산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킹전복의 성장 속도면 원가가 ㎏당 2만3800원으로 27.9%가 떨어진다. 일반 전복을 킹전복으로 모두 대체하면, 전복 양식장에서 절감되는 양식 비용은 18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남 해남의 한 양식장에서 채로 떠올린 양식산 갑오징어. 해수부 제공
해수부와 수산과학원은 이날 해남군 화원면 화봉리에서 국내 처음으로 민간 양식된 갑오징어 수확 현장도 공개했다. 수산과학원은 지난 2월 두족류 가운데 처음으로 갑오징어 양식에 성공했다. 갑오징어 값은 일반 오징어(살오징어)의 2배다. 박광재 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연구관은 “갑오징어별로 크기 차이가 큰 것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2만6600㎡ 규모의 화봉리 ㄷ양식장에는 20만개의 수정란을 풀었고, 지금까지 이 가운데 2만~3만마리를 키워냈다. 곽태진 ㄷ수산 대표는 “산과학원과 모든 과정을 함께 해왔다. 현재 충분히 자란 것은 바로 출하할 것이고, 작은 것은 동해수산연구소로 보내 더 키울 것이다. 양식 과정에선 초기 먹이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전남 해남의 한 양식장에서 양식산 갑오징어를 그물로 잡아올리고 있다. 해수부 제공
앞서 수산과학원은 일반 오징어 양식에 도전했으나, 초기 먹이(입붙임)를 찾아내지 못해 실패했다. 박광재 연구관은 “살오징어 새끼는 길이가 1㎜로 너무 작았고 적절한 초기 먹이도 찾지 못했다. 반면, 갑오징어 새끼는 길이가 8㎜로 더 크고 알테미아(작은 새우)를 초기 먹이로 잘 먹어서 양식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연산 갑오징어는 값이 비싸고 1년이면 다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식산 갑오징어는 여기에 연중 생산이 가능하고 선어로 먹을 수 있는 장점이 더해진다. 그러나 문어 등 두족류는 양식이 워낙 까다로워 국외에서도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 자연산 갑오징어의 국내 어획량은 1983년 6만t에 이르렀으나, 2017년 4900t으로 급감했다.
해남/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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