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지난 4월 27일 경기 파주 임진각 민통선에서 열린 ‘비무장지대(DMZ) 평화 손 잡기’ 행사에 참여한 이정현씨가 두 딸과 함께 철책에 꽃과 단일기를 꽂고 있다. 파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통일대교를 지나 3㎞남짓 가면 주한미군의 주둔지였던 캠프 그리브스에 닿는다. 임진강 건너 자유의다리와 통일대교 사이의 야트막한 산 북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어 임진각 전망대에서도 까치발을 딛고 서면 건물 지붕이 보일 듯하다.
캠프 그리브스는 공동경비구역(JSA)의 유엔군 숙소인 캠프 보니파스와 함께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는 주한 미군 부대로서 한반도 분단의 상처를 증언하고 있다.
DMZ(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 떨어진 캠프 그리브스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부터 50여년간 주한 미군이 사용했는데, 부대 시설들이 잘 보존돼 있어 역사적인 자료로서의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군들이 초기에 사병 막사와 중대본부 등으로 사용했던, 골 함석을 이용해 반원형 형태로 지은 야트막한 퀀셋 막사는 오래 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분위기를 풍긴다. 퀀셋 막사는 다른 곳에도 몇몇 남아 있지만 원형 그대로 내부가 보존된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
또 장교와 부사관 숙소는 임시 건물로 만들어진 퀀셋 막사보다 조금 더 고급스럽고 편리하게 지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밖에도 실탄이나 박격포 포탄 등을 저장해두는 탄약고, 차량을 고치는 정비고, 운동시설을 갖춘 체육관 등 미군 시설들이 옛 모습을 고이 간직한 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지난 50여년간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채 안보교육 장소로만 활용되던 캠프 그리브스에서 이제 평화와 공존을 전하는 메시지가 울려퍼지고 있다.
캠프 그리브스는 원래 2004년 이곳에 주둔하던 미2사단 506보병연대 1대대의 철수 이후 철거될 예정이었다. 2013년 경기도와 파주시·경기관광공사 등이 맡아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살린 평화·안보·생태 체험시설로 리모델링해 ‘DMZ의 상흔을 생명과 희망으로 되살려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교적 현대식 건물인 콘크리트 막사를 개조해 민통선 안의 유일한 체험형 숙박시설인 유스호스텔로 개장하면서 캠프 그리브스는 ‘DMZ 체험관’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퀀셋 막사와 장교·부사관 숙소는 분단 등을 주제로 하는 전시실로 꾸며졌으며, 체육관은 공연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부대 둘레에 이중 철조망으로 최전방 경계선처럼 연출한 산책길을 조성하는 등 지난해 단장을 모두 마쳤다.
캠프 그리브스 DMZ 체험관은 인근에 제3땅굴, 도라전망대, 도라산역, 도라산평화공원, 통일촌 등이 있어 안보체험뿐만 아니라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해볼 수 있는 환경도 갖췄다. 여기에 1950년대 지어진 미군 막사와 탄약고 안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젊은 작가들의 문화예술 프로젝트는 또 다른 평화의 전언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1만864명이 캠프 그리브스를 다녀가 지난해 같은 기간(8321명)보다 30.6% 늘어났다. 특히 외국인 이용객은 지난해 상반기엔 325명으로 전체의 3.9%에 그쳤으나, 올해는 20%가량인 2161명이 다녀갔다. 지난해에는 경기도민이 60%였으나, 올해는 경기도 이외 지역 주민의 비중이 55%로 늘었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기획콘텐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