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로 숨질 위기에 놓였던 천연기념물 고니가 군산 금강철새생태환경관리사업소의 보호 속에 회복돼 안정을 취하고 있다. 금강철새관리사업소 제공
밀렵꾼 독극물에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겨울철새들이 전북지역 곳곳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4시께 전북 익산시 성당면 성당마을 금강 주변에서 몸길이 150㎝ 가량의 어미 고니(천연기념물 201호) 3마리가 죽고, 독극물에 중독된 것으로 보이는 새끼 고니 3마리가 들판에 쓰러진 것을 한 야생동물보호협회 회원이 발견했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전북지회 관계자는 “새끼 고니 3마리도 신음소리를 내면서 근처에 쓰러져 있었다”며 “죽은 고니 주변에 독극물이 섞인 볍씨가 흩어져 있었던 점으로 미뤄 밀렵꾼이 청둥오리를 잡으려고 독극물을 뿌린 것 같다”고 말했다.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쓰러져 있던 고니 3마리를 군산시 금강철새생태환경관리사업소에 넘겨 보호를 요청하고,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했다.
철새 구조를 담당하는 금강철새관리사업소 강해완씨는 “남은 3마리가 양호한 상태로 지금 안정을 취하고 있다”며 “천연기념물인 만큼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방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극물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한다”며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죽은 3마리를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5일 오후 2시20분께 김제시 공덕면 저산리 동자마을의 한 논에서 왜가리 1마리와 청둥오리 등 철새 50여마리가 떼죽임을 당했다. 또 지난 2일 김제시 백산면 하정리 백산제에서도 가창오리와 청둥오리 등 겨울철새 150여마리가 떼죽음했다.
야생동물보호협회 전북지회 관계자는 “겨울철새들의 희생은 보신 등을 위해 밀렵꾼들이 볍씨나 콩에 독극물을 섞어 은밀히 살포하기 때문으로, 이는 인간의 이기심의 낳은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경찰과 환경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함께 주민들의 철새 보호를 위한 자각이 아쉽다”고 말했다.
기러기목 오리과인 고니는 날개 49∼55cm, 꽁지 14~17.5cm, 몸무게 4.2∼4.6kg이다. 몸 빛깔은 암수가 같은 순백색이고, 부리는 첫부분에서 콧구멍 뒤쪽까지가 노란색이다. 1968년 천연기념물 제201호로 지정됐다. 한국에는 10월 하순에 왔다가 겨울을 나고 이듬해 4월에 되돌아간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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