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무너진 사적 264호 충북 단양 온달산성. 단양군 제공
무려 50일 동안 장마가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의 문화재들도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호우로 산성이 무너지는가 하면 명승과 옛집(고택) 등의 유실·침수·누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충북 단양군은 사적 264호 단양 온달산성 성벽이 무너졌다고 13일 밝혔다. 성 길이 680m에 이르는 온달산성 정상 부근 남문 오른쪽 성곽 25m 정도가 무너져 내렸고, 일부 구간에선 붕괴 조짐인 배부름 현상을 보였다. 김우성 단양군 문화예술팀 주무관은 “이달 초부터 400㎜ 이상 폭우가 쏟아지면서 성벽이 무너졌다. 배부름 현상 등 추가 훼손 우려가 있어 안전 조처를 했다. 완전 복구에는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폭우가 이어진 단양에선 온달동굴(천연기념물 261호)과 고수동굴(천연기념물 256호) 등도 침수 피해가 났다. 전남 광양 마로산성(사적 492호), 충남 공주 공산성(사적 12호) 등도 성벽 일부가 훼손됐다.
수마가 휩쓴 전국 곳곳에서 문화재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문화재청 자료를 보면, 지난 12일까지 전국에서 47건(국보 1건, 보물 4건, 사적 17건, 국가민속문화재 10건, 천연기념물 3건, 명승 5건, 등록문화재 6건, 세계유산 1건)의 문화재 피해가 났다.
국보 10호인 전북 남원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 주변 담장 일부가 무너졌으며, 경남 산청 율곡사 대웅전(보물 374호) 주변 석축이 파손되는 등 보물을 간직한 문화유적 4곳에서 피해가 났다.
경기 포천 한탄강 현무암 협곡(537호), 경북 상주 두곡리 뽕나무(559호) 등 천연기념물 3건이 훼손됐다. 전남 담양 소쇄원(40호), 충북 제천 의림지(20호), 경남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15호) 등 명승 5곳이 크고 작은 피해를 봤다.
세계유산인 경북 안동 봉정사의 만세루에서 누수와 석축 배부름 현상이 일어났고, 서울 용산구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674호), 대전 중구 충남도청 옛 관사(101호) 등 국가등록문화재 6건도 일부 훼손됐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 충남 아산 외암마을, 경남 창녕 진양하씨 옛집, 전북 익산 김병순 옛집 등 전국 곳곳의 옛집들도 침수 등 피해를 봤다. 문화재청은 “전국에서 목조건물 기와 탈락과 누수, 성벽·담장 훼손, 고분 토사 유실 등 피해가 났다. 피해가 있는 곳은 긴급 보수비 등 국비를 지원해 원상 복구할 계획이다. 문화재 안전상황실을 가동해 상황 파악과 안전 조처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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