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 등 강원·충북·전남·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지난해 국회 앞에서 시멘트세 신설을 촉구하고 있다.
강원·충북·전남·경북 등 석회석 가공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시멘트세’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시멘트 생산 과정의 미세먼지·소음·악취 등으로 지역이 환경 오염·주민 건강 등 피해를 보고 있으니 세금을 부과해 지역 환경개선과 지역 개발 등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20대 국회에 이어 지난 달 관련법이 다시 제출되면서 자치단체 등의 입법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업체들은 경영 악화를 부른다며 반대한다.
최문순(강원)·이시종(충북)·김영록(전남)·이철우(경북) 지사는 27일 시멘트세 신설 규정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 통과 건의문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시멘트 산업을 기반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지역 주민들은 미세먼지·분진 등으로 폐암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 주민의 생존 문제를 고민하고, 지역 경제의 호흡기를 다는 차원에서 시멘트세 도입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밝혔다.
앞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담양 함평 영광 장성 지역구)은 지난달 16일 시멘트세 신설 등을 뼈대로 한 지방세법·지방재정법·지방세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 행정안전위에 대표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주민 생활 환경 개선, 지역 개발 등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화력·원자력 발전소 등에 과세하고 있는 ‘지역자원시설세’ 항목에 시멘트를 추가하고, 징수한 세금을 생산시설이 있는 지역에 배분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시멘트 생산량 t당 1천원을 과세해 피해 지역 개발과 주민 지원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고 과세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시멘트세 신설을 위한 법안이 제출됐지만 끝내 통과되지 않았다.
최문순(강원)·이시종(충북)·김영록(전남)·이철우(경북) 지사 등은 27일 시멘트세 신설 규정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 통과 건의문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전달했다.
시멘트 업체들은 경영난 등을 내세워 시멘트세 신설을 반대한다.
국내에는 1957년 강원 삼표시멘트(삼척)를 시작으로, 강원 한라(강릉)·한일현대(영월)·쌍용(동해·영월), 충북 한일·성신(단양)·유니온(청주)·아세아(제천), 경북 한라씨엔티(포항), 전남 고려(장성) 등 업체들이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2013년 4729만t, 2015년 5204만t, 2018년 5209만t, 2019년 5060만t 등을 생산했다. 올핸 코로나19 등에 따른 경기 부진 영향으로 4400만t 안팎의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시멘트세가 도입되면 시멘트 업체는 해마다 500억원 안팎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한찬수 한국시멘트협회 홍보협력팀장은 “1992년부터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캐는 과정에서 해마다 20억원 안팎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내 누적액이 500억원이 넘는다. 공업제품인 시멘트에 또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로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코로나 등에 의한 경기 침체로 경영이 악화하는 마당에 과세 추진은 업체들에 너무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한 팀장은 “시멘트 생산과 주민 건강 이상 관련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환경부담금도 내고 있다. 시멘트세 신설 법안을 철회하면 업체 주변 마을에 직접 지역발전기금 형태로 지원할 뜻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 등은 27일 보도자료를 내어 “시멘트 업체는 60여년 동안 주변 환경 오염, 주민 건강 위협, 지역 개발 저해 등 피해를 가져왔다. 시멘트세 도입은 환경 정의, 자주 재정, 과세 형평 등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국회가 연내 통과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