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복원한 천연기념물 황새.
충북 청주시와 한국교원대가 ‘청주 하이테크 밸리 산업단지’ 조성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교원대는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교내에 있는 황새생태연구원의 천연기념물 199호 황새 생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1㎞ 이상 거리 두기 등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교원대는 28일 “청주시가 황새 복원·사육 시설 주변에 일반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무리한 산업단지 조성이 멸종 위기종 복원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황새 복원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밝혔다.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동막동 일대 100만3359㎡에 조성되는 일반 산업단지 청주 하이테크 밸리.
청주시는 (주)청주하이테크밸리에 맡겨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동막동 일대 100만3359㎡에 일반 산업단지 청주 하이테크 밸리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주민 설명회를 거쳤으며, 2300여억원을 들여 오는 2023년께 준공할 계획이다. 시는 이곳에 전기·전자, 종이, 금속, 자동차, 화학물질 등 업체를 유치할 참이다. 오는 29일 충북도에서 산업단지 심의위원회가 열린다.
교원대는 황새생태연구원과 직선거리로 554m 떨어진 곳에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황새 생태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원대는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 황새에 대한 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조류 연구와 사례 등에 비춰보면, 산업단지가 조성으로 황새 번식률과 성장이 저하될 수 있다. 적어도 1㎞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김수경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박사는 “산업단지 조성으로 미세먼지,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등 황새 번식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 특히 화학물질, 제지 업체 등은 산업단지 안에 들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1994년 우리 산하에서 황새가 사라진 뒤 1996년 러시아·독일 등에서 황새를 들여와 복원에 나섰다. 지금까지 인공부화·자연 번식 등으로 황새 156마리를 복원했으며, 지난 2015년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조성한 황새 공원(13만5669㎡) 등을 통해 황새 116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금강유역환경청도 청주 하이테크 밸리 조성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훼손을 우려했다. 금강유역환경청이 내놓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보면, “산업단지 공사·운영 때 발생하는 소음·진동·야간조명 등으로 사업지구 북쪽 황새생태연구원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완충녹지를 대폭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저감 방안을 마련하고, 화학·제지 업종 규모를 축소하는 등 보완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주시는 교원대 등의 요구에 손사래를 친다. 최성식 청주시 도시개발과 산단개발팀 주무관은 “애초 10~20m였던 완충녹지를 50m로 확대했고, 황새생태연구원과 가까운 산업단지 북쪽에는 지원시설과 주거단지 등을 배치하는 등 보완조처를 했다. 1㎞ 이상 거리 두기 요구는 산업단지 절반 정도를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한국교원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