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 9살 아들 가방 감금·살해한 여성, 항소심서 징역 25년

1심 22년보다 형량 늘어…재판부 “사망 가능성 인식”

동거남 아들을 숨지게 한 피고인 성아무개(42)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려고 대전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동거남의 9살 아들을 여행 가방 안에 7시간 가두고 학대해 숨지게 한 여성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25년형을 받았다.

대전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준명)는 동거남의 아들(9) 살인, 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성아무개(42)씨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 때 선고한 22년보다 3년이 늘었다.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10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살인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씨가 동거남의 아들이 숨질 수도 있다고 인식한 상태에서 저지른 살인 범행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랜 시간 밀폐된 가방에 갇힌 채 웅크린 상태였다면 호흡이 곤란해지고 탈수·탈진 등 증상이 올 것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을 불확정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피고인 쪽은 “살인 고의가 있었다면 친자녀를 가방에 함께 올라가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살인 혐의를 벗어나려 했지만 재판부는 일축했다. 피고인 쪽은 1심과 2심 때 반성문 등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친자녀를 아동학대 치사 범행에 가담하도록 할 수 있다는 말이냐. 피해자에게 음식은커녕 물조차 주지 않았다. 일반인은 상상조차 못 할 악랄하고 잔인한 범행에 재판부도 인간으로서, 부모로서, 시민으로서 괴로웠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유족은 재판 뒤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마땅하지만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나 다행”이라고 밝혔다.

성씨는 지난해 6월 1일 정오께 충남 천안시 자택에서 동거남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두고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가방 안에 갇힌 아동이 수차례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지만 가방 위에 올라가 구르고, 헤어드라이어로 가방에 뜨거운 바람을 넣는 등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윤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