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앞산 터널 공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널리 알리기위해 만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엉터리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대구시는 ㄷ 용역업체에 맡겨 터널이 뚫리는 앞산의 생태계를 조사한 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만들어 지난 6일 부터 대구시내 구청과 동사무소 등에 비치해놓고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살펴 본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26일 “터널이 지나가는 앞산의 23개 식생 조사구를 단 하루만에 조사했으며, 전체 식물종류가 388종이라고 나타나 있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흔한 붉은씨서양민들레나 개쑥갓 같은 귀화식물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식물상 및 식생 부문에서 잘못이 너무 많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계명대 지구환경보전과 김해동 교수도 “대기오염을 평가하려면 기상 자료가 매우 중요하지만, 이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대구 앞산과 기후 특성이 전혀 다른 대구기상대의 지상 바람 자료와 포항의 상층 기상 자료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터널이 뚫리는 공사 현장은 동서로 가로 놓인 협곡으로 낮에 서풍이 불면서 통행 차량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빠져 나가지 못한다”며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청정 지역만 골라 오염치를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 등이 매우 낮게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비용을 줄이기위해 조사가 겉핥기식으로 이뤄졌거나 사실을 은폐하기위해 의도적으로 조사 결과를 유도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환경영향 평가를 토대로 앞산 터널공사를 재검증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대구시 김영창 건설방재국장은 “이 초안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되면 최종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때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2월 19일까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공개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보완 작업을 거쳐 5월쯤 대구지방환경청에 정식으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터널 공사는 6월쯤 착공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산 관통도로는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달비골∼수성구 범물동 관계삼거리 10.5㎞이며 노폭은 3∼50m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앞산을 지나는 터널 길이는 4.45㎞이며 너비는 왕복 6차선이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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