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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월경 빈곤…청소년 75% “월경용품 비싸 사기 망설여져”

등록 2021-05-28 14:26수정 2021-05-28 20:40

‘세계 월경의 날’ 맞아 ‘서울시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설문조사 결과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지난 2018년 5월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한 생리대는 여성인권”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안전한 생리대 제조기준 마련과 규제강화 등을 촉구하며 대형 생리대 모형에서 인체 유해화학물질을 제거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세계 월경의 날'은 여성들이 평균 5일 동안 28일 주기로 월경을 한다는 뜻에서 지난 2014년 5월28일 독일의 한 비영리재단이 처음 지정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지난 2018년 5월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한 생리대는 여성인권”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안전한 생리대 제조기준 마련과 규제강화 등을 촉구하며 대형 생리대 모형에서 인체 유해화학물질을 제거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세계 월경의 날'은 여성들이 평균 5일 동안 28일 주기로 월경을 한다는 뜻에서 지난 2014년 5월28일 독일의 한 비영리재단이 처음 지정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청소년 넷 중 세명 꼴로 월경용품을 사는데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무료 월경용품을 제공했던 학교 등 공공시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 ‘월경 빈곤’이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지적됐다.

“사용개수 줄이려고 휴지·수건 사용 경험” 12.0%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운동본부)가 이달 중순 전국 청소년(11∼24살) 1234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967명(74.7%)이 ‘비용이 부담돼 생리용품 구매를 망설인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또 1210명(98.1%)은 ‘월경용품 구매에 드는 비용이 비싸다’고 했다.

또 응답자의 74.0%가 ‘생리대 교체 권장시간(4시간)을 넘겨 사용한 적이 있다’고, 12%는 ‘사용개수를 줄이고자 휴지·수건 등으로 대체한 적 있다’는 답했다.

학교 보건실, 지역아동센터, 도서관 등 일부 공공시설에서 월경용품을 제공하지만 그 수도 적고, 이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시설 월경용품을 이용해 본 적 있다’는 항목에 응답자의 35.3%만 “그렇다”고 답했다. 또 ‘월경용품 제공장소 수가 너무 적어서 실제 필요할 때 사용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57.9%, ‘다른 사람의 눈치가 보이거나 교사 등으로부터 받은 면박으로 어려움을 느낀다’는 답변도 51.1%에 달했다.

코로나19 이후 월경용품 구매비용에 대한 부담이 더 늘어났는가의 질문에는 47.9%가 ‘그렇다’고 했다.

운동본부는 “개별 답변을 보면 코로나19로 등교일수가 줄어들어 학교에서 월경용품을 지원받기 어려워 금전적으로 부담을 느끼거나, 청소년 당사자가 아르바이트에서 잘리거나, 부모님 월급이 줄어들어 월경용품 구매 지출비용에 부담을 겪는 상황을 공유했다”며 “그 밖에도 ‘학교 내에서 익명으로 지원받게 해달라’, ‘월경지원금을 부모님이 아닌 본인에게 직접 지원해 달라’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월경용품 보편지급’ 조례 제정돼도 변한 건 없어

운동본부는 지난 2019년 12월 서울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해 ‘월경용품 보편지급’을 명시했지만 서울시는 구체적인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시의회는 ‘시장은 빈곤 여성 어린이·청소년의 위생관리 및 건강증진을 위해 관련 교육 및 정보제공, 위생용품 지원 등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제19조)는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에서 ‘빈곤’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은 “월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개입과 책임이 필요한 여성인권의 문제”라며 “코로나 19라는 재난 상황에서 서울시가 관련 조례에 따른 월경용품 지급을 위한 시행방안 마련을 미루는 것은 재난 시스템 구축에서 여성을 고려하지 않고, 더욱 취약한 상황에 노출하는 상황을 불러온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날 고석영 서울시 청소년정책과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그간 보편지급에 대해 청소년복지지원법에 ‘할 수도 있다’는 임의 규정만 담겨 있어 시가 독자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며 “지난 4월 법 개정으로 반드시 보편지급하도록 강행 규정이 생겨, 내년 4월부터 국비·시비·구비를 ‘3:3.5:3.5 비율로 지원해 월경용품을 보편지급하게 될 것”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청소년복지지원법의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지원대상도 ‘저소득 여성 청소년’에서 ‘모든 여성 청소년’으로 확대돼, 여성가족부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시행령 개정 작업 중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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