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최악의 남북관계 속에서 온 나라가 전쟁을 걱정하며 우리는 오늘 하루를 다시 맞는다. 대학을 다니던 유신 말기부터 지금까지 남북관계에 많은 곡절이 있었지만 이렇게 안타깝고 착잡한 적은 없었다.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이 칼럼을 쓰는 것조차 고통스럽다.
무엇을 위해 우리는 전쟁불사를 외치는가? 북한군의 야만적인 연평도 포격에 공분을 느끼며 실추된 위신을 세우고자 하는 군의 의지도 이해한다. 그러나 그 분노와 자존심 때문에 우리 공동체를 판돈으로 내걸 수는 없지 않은가?
지난 주말, 북한의 황해도 지역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 저명한 보건·환경학자와 저녁을 같이 했다. 그분 말씀이 평양을 벗어나서는 파괴될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황폐한 곳이 북한인데, 우리 군이 황해도를 향해 포를 쏜다고 해서 그들이 얼마나 아파하겠느냐는 것이었다. 반면에 사방이 개발되어 있는 우리 처지에서 경기도에 북의 포탄 몇 발만 떨어져도 심각해지지 않겠느냐는 얘기였다.
우리는 종종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북한 체제가 그 취약성으로 인해 머지않아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는 보도를 접한다.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전망이지만, 현 정부의 북한 진단이 그렇다면 왜 곧 망할 체제에 대해서 함께 망할지도 모를 전쟁의 길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3000”을 내세웠을 때 많은 이들이 우려를 했다. 북한 핵문제의 진전이 있어야 남북관계도 의미있는 발전이 가능하다며 남북관계를 핵문제에 사실상 종속시킨 이 정책이 북핵문제의 해결에 기여하지도 못하면서 남북관계만 악화시켜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위험성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적대적인 남북관계가 지닌 위험성을 직시해야 하며, 이 적대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평화 없는 통일의 길을 추구하는 것은 남북간 물리적 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해왔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는 북한 핵문제와 같은 글로벌 이슈와 남북의 적대적·군사적 대결관계와 같은 전통적인 이슈가 이중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특정한 위협요소의 제거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가 서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적 병행 발전이 필요하다는 말도 귀가 따갑게 해왔다.
북핵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그것은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중요한 외피 하나가 벗겨진 것일 뿐이다. 여전히 110만명의 북한 인민군과 우리 국군이 대치하고 있는 전통적인 안보위협 상태는 지속된다는 점도 지적되어왔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전쟁을 걱정하는 최악의 남북관계 위에 서 있다.
어떤 전쟁도 좋은 전쟁은 없다. 전쟁을 하면 우리가 이길 것이다. 사람들은 연평도 사건을 보면서 군의 능력을 미심쩍어하지만 군과 함께 일해본 경험에 비추어 나는 군을 믿는다. 대규모 북한군 부대가 산재한 황해도의 코밑에 있는 연평도가 지닌 지리적 문제나 현장 상황으로 볼 때, 연평도의 경험을 우리 군의 거울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전쟁이 가져올 참화 때문에 우리가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전쟁은 6·25 이후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온 우리 경제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한민족을 다시 퇴락의 길로 이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그 도화선을 함부로 당겨서는 안 된다.
군 지휘관들이 가장 애독하는 책이 <손자병법>일 것이다. 몇 년 전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예비역 고위장성한테서 손자병법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병법을 잘 모르는 나였지만, 손자의 화공편(火攻篇)에 나오는 다음 구절은 특별히 인상에 남았다.
“군주는 노한 김에 군사를 일으켜서는 안 되며, 장수는 성이 난다고 해서 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 이(利)가 있으면 공격하고, 이가 없으면 그만두어야 한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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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는 노한 김에 군사를 일으켜서는 안 되며, 장수는 성이 난다고 해서 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 이(利)가 있으면 공격하고, 이가 없으면 그만두어야 한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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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이종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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