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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급조’ 지적 교육플랫폼 ‘서울런’…오세훈, 58억 예산 요구

등록 2021-06-29 15:34수정 2021-06-29 16:00

‘서울런’ 사업계획서·제안요청서 보니
온라인플랫폼인데 오프라인서 쓰는 QR코드 인증 적용
교육부·EBS도 내년 같은 서비스…시의회 결정에 관심

지난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세운 ‘서울형 교육플랫폼 서울런’이 서울시의회 추경예산안 통과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오 시장은 “계층사다리 복원”을 명분으로 58억원 규모 관련 추경예산안 통과를 주장하지만, 시의회 일각에서는 서울런 사업계획 자체가 급조된 흔적이 역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을 통해 입수한 ‘서울형 교육 플랫폼(가칭 ‘서울런’) 시스템 구축 계획’(5월17일)과 ‘서울형 교육플랫폼 시스템 구축 제안요청서’(6월8일)를 보면, 서울런 시스템은 △저소득층 학생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학습지원시스템 △자기주도 학습강화를 위한 멘토링시스템 △역량진단 평가 시스템 △인공지능·지능형 검색을 통한 학습설계 △큐아르(QR) 기반 출석관리시스템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학습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자신의 역량과 학습 진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생 등이 멘토로 참여(서울시 목표 1천명)해 학습 전반을 관리해주고, 학생의 수준에 따라 인공지능이 학습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서울시는 장비구매 10억원, 시스템개발 8억원, 인터넷강의 업체 선정과 강의콘텐츠 수급에 40억원 등 예산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사업계획서에 포함된 ‘전자출결시스템’ 설명자료.
사업계획서에 포함된 ‘전자출결시스템’ 설명자료.

온라인 플랫폼에 오프라인 출석시스템?

세부적으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온라인학습 플랫폼과 어울리지 않는 큐아르(QR)코드 기반 출석관리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평생교육국은 ‘구축 계획’에서 “메일을 통해 받은 큐아르코드로 출석 인정시간 내 입실 1번, 설정된 수강시간 이후 퇴실 1번, 총 2번의 체크로 출석체크 완료” “수강생의 출석완료 시 기관별 수강생 이력 디비(DB) 자동 누적으로 서버 내 저장 및 관리” “기관별·회차별로 출석/결석/지각/조퇴 등 현황 및 통계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전자출결’은 오프라인 교육에서 대리출석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 로그인과 강의콘텐츠 접속을 통해 출결 확인이 가능한 온라인 교육에서 큐아르코드 인증은 어색하다. 큐아르코드를 인식시키려면 카메라가 필수인데 온라인 환경에선 구현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본인인증 방법으로 큐아르코드를 고집해야만 하는 이유도 없다. 사업계획을 급하게 만드느라 이상한 내용이 급조된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계획수립 초기에 학생들의 진도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집어넣었지만, 검토 이후 제안요청서에서는 빠졌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교육이 운영하는 ‘엠베스트’ 누리집 메뉴(위)와 서울시가 서울런의 ‘학습지원시스템’ 항목의 예시로 든 누리집 화면(아래). 상단 메뉴 항목이 유사하다.
메가스터디교육이 운영하는 ‘엠베스트’ 누리집 메뉴(위)와 서울시가 서울런의 ‘학습지원시스템’ 항목의 예시로 든 누리집 화면(아래). 상단 메뉴 항목이 유사하다.

‘학습지원시스템’ 항목을 보면, 관내 문고·문구점, 민간기업과 연계해 교재·교구 구매를 지원한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지만, 20일 뒤에 작성된 제안요청서에서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게다가 ‘구축계획’에 ‘예시’로 포함된 그림은 인터넷 강의업체인 메가스터디교육 누리집 메뉴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안요청서 내용도 허술하다. 예산 8억원을 제시하며 “개인 맞춤형 분석을 위한 머신러닝 알고리즘 개발”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해 주제에 맞는 의사소통 프로세스 설계” 등을 제시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너무 추상적이고 총괄적인 내용이지만, 제안요청서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 설명도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초기 사업계획이라 세부적인 내용은 변경 가능하고, 외부 자문을 받아가며 계획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목표로 하는 서비스 개시 시점은 2학기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런’과 비슷한 내용의 교육부·한국방송공사의 교육콘텐츠 제작사업 홍보물.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런’과 비슷한 내용의 교육부·한국방송공사의 교육콘텐츠 제작사업 홍보물.

교육부·EBS, 같은 사업 내년 3월 오픈

서울런은 지난달 27일 교육부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내년 3월부터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개인 맞춤형 학습지원 체계’ 사업과도 상당 부분 비슷하다. “교육방송 콘텐츠가 ‘일방향’이라는 한계가 있어 서울런 도입이 필요하다”는 서울시 주장이 머쓱해지는 대목이다.

교육부와 교육방송의 개인 맞춤형 학습지원 체계는 온·오프라인 융합수업과 원격수업에서 수업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교과학습 자료를 확충하고, 고등학생들에게 제공하던 인공지능 학습진단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초·중등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취약계층 학생을 위해서는 관리형 서비스를 도입하고, 자기주도 학습 역량이 부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멘토링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육부와 교육방송은 인공지능 활용 학습진단시스템 구축에 83억2500만원을 배정해, 서울시 예산규모(18억원)를 압도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계획을 수립해 예산에 반영한 뒤, 내년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교육부 사업은 학교 안에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고, 서울시는 학교 안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 정규과정을 보완하기 위한 방과후 학습지원”이라며 “에듀테크 기술 발전 흐름을 생각하면, 교육부가 한다고 해서 서울시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서울런’의 운명은?

서울런 사업은 서울시 조직개편에 이어서 오세훈 시장과 시의회가 대립하는 ‘두번째 전선’이다.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23일 “심도있는 예산심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하자, 오 시장은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 사다리와 직결된 것이 서울형 교육플랫폼이다. 계층 이동 사다리의 복원이 가능한 서울을 만들려면 의원님들과 시민의 적극적 성원이 필요하다”고 여론전을 펴기도 했다. 29일 오전 열린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도 서울런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관련 상임위에서는 ‘서울런’ 관련 예산을 깎았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을 통해서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날 밤늦게까지 계수조정 절차를 거친 서울시의회는 29일 오후 예결특위에서 추경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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