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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 한여름에 가로수 가지치기…“사람도 나무도 헉헉”

등록 2021-06-30 16:58수정 2021-07-01 02:01

지난 27일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신촌교차로 인근에서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7일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신촌교차로 인근에서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가 가로수 수백그루를 잎 하나 남김없이 절반가량 잘라내 지역 환경단체가 과도한 가지치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30일 의정부시 가능로 신촌교차로 인근에는 수령 30년이 넘은 느티나무들이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 힘겹게 불볕더위 속을 버티고 있었다. 의정부시는 예산 1억1천만원을 들여 지난 27일부터 7월 초까지 가능로 800m와 의정로 400m 등 1.2㎞ 거리 양방향에 심어진 느티나무, 은행나무 등 가로수 450그루 가지치기를 진행 중이다. 가능동 느티나무 가로수는 시가지가 형성되던 1980년대 말 심어 수령이 30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가지치기 시기와 방식이다. 산림청은 가로수 조성·관리규정을 통해 가지치기는 마른 가지나 뿌리·줄기에서 발생한 작은 가지, 다른 가지와 교차하는 가지, 가지가 너무 많아 수형 조정이 필요한 경우, 도로 표지·신호등 같은 도로안전시설의 시계를 가릴 경우, 전송·통신시설물에 닿아 안전상 문제가 있는 경우에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 낙엽 뒤부터 이른봄 새싹이 트기 전에 하는 게 원칙이며, 여러 해에 나누어 실시해야 한다.

환경단체는 한여름에 진행된 일괄적인 가지치기는 산림청의 지침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김성길 의양동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가지치기는 봄 가을에 하되 한번에 과도하게 하지 말고 수형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산림청의 가이드라인이 있는데도 지자체가 이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나무를 잘라내고 있다. 생명 유지를 위해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축적해야 할 시기에 몸통만 남기고 모두 잘라낸 것은 나무 보고 죽으라고 목 조른 행위와 같다”고 했다. 광합성이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는 여름철에 잎을 다 없애 가로수에도 해롭지만, 뜨거운 볕을 막아줄 나뭇잎이 사라지게 돼 행인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지난 27일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신촌교차로 인근에서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7일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신촌교차로 인근에서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의정부시는 주변 상인과 주민의 요청으로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1월에 계획을 세워 행정절차를 밟느라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태풍이 오기 전에 서둘러 진행하고 있다. 이 정도 자른다고 나무가 죽지는 않으며 느티나무는 속성수라 1~2년이 지나면 다시 무성하게 자라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 뿐 아니라 경찰서에서도 이정표와 신호등이 가려져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며 가지치기를 요구해왔다”며 “환경이나 경관보다 안전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다 보니 강하다 싶을 정도로 전지작업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사진 의양동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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