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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방금까지 뜸부기 2마리 있었는데 농약 살포하자 사라졌어요”

등록 2021-07-07 18:07수정 2021-07-08 02:00

‘뜸~’ 소리 끊긴 파주 마정리 들판…멸종위기 1급 수원청개구리도
논 습지 매립, 비닐하우스 난립…자연형 수로는 ‘시멘트 농수로’로
지난 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 공릉천변 논에서 관찰된 뜸부기 수컷의 모습.
지난 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 공릉천변 논에서 관찰된 뜸부기 수컷의 모습.

지난 5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앞 마정리 들판에는 병해충을 없애기 위해 트럭 2대가 농로를 오가며 매캐한 약품을 내뿜었다.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던 백로와 황로 수십마리가 역겨운 냄새를 견디지 못한 듯 날아올랐다.

5년 전부터 파주 일원에서 뜸부기 개체수를 조사해온 노영대 자연다큐멘터리 감독은 “조금 전까지 뜸부기 수컷 2마리가 논에 있었는데 농약 살포가 시작되자 사라져버렸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2년 전까지 파주에서만 뜸부기가 수컷 기준 32개체수가 관찰됐으나, 올해는 7개체만 확인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마정·장산·송촌·운천·연다산·갈현리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뜸부기가 관찰됐다”고 말했다.

2005년 천연기념물 446호로 지정된 뜸부기는 과거 우리나라 전역에서 6~7월에 흔히 관찰되는 여름 철새였다. 지금은 파주·김포와 강원 철원, 충남 서산 등 일부 벼농사 지역에서만 드물게 보인다.

전문가들은 논 습지의 잇단 매립과 비닐하우스 조성, 대형 시멘트 농수로 설치, 아프리카돼지열병 항공 방제 등으로 야생생물의 서식 환경이 크게 나빠져 주변 생태계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천연기념물인 뜸부기 2마리가 지난 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 공릉천변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몸길이 40㎝가량의 수컷이 ‘뜸 뜸 뜸’ 울음소리를 내는 뜸부기는 6~9월 알을 낳은 뒤, 10월 초에 동남아시아 쪽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천연기념물인 뜸부기 2마리가 지난 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 공릉천변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몸길이 40㎝가량의 수컷이 ‘뜸 뜸 뜸’ 울음소리를 내는 뜸부기는 6~9월 알을 낳은 뒤, 10월 초에 동남아시아 쪽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특히 최근 조성된 시멘트 농수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종으로 지정된 수원청개구리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금개구리 등 양서류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라고 한다.

김종범 아시아태평양 양서·파충류연구소장은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는 시멘트 수로가 있는 곳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수원청개구리는 자연형 수로의 수초나 나뭇가지에 올라 휴식과 일광욕을 즐기고, 금개구리는 수로 사면에서 번식과 동면을 하는데, 시멘트 수로에서는 이 모든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멸종위기 양서류 서식지가 도로·택지 개발, 논 습지 축소,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와 가뭄 등으로 급격히 훼손되고 있는 만큼 논을 포함한 습지와 녹지를 보전하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들판에 조성된 시멘트 수로 모습.
지난해 말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들판에 조성된 시멘트 수로 모습.

마정리 들판에서는 지난해 말 자연형 수로가 폭 4m, 길이 173m 규모의 시멘트 농수로로 바뀌었다. 올해도 300m 길이의 시멘트 농수로가 추가로 조성된다.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 관계자는 “흙으로 된 자연형 수로는 물 손실이 크고 물 공급이 잘 안 돼 농민들로부터 민원이 잦았다”며 “양서류의 서식은 곤란하겠지만, 빠졌을 경우 급수관, 배수관을 타고 탈출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지난 5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들판에서 벼 병해충 공동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들판에서 벼 병해충 공동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논에 들어선 비닐하우스.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논에 들어선 비닐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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