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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매립한 밭에 콩·호박 버젓이…“재개발현장 통째로 퍼 나른 듯”

등록 2021-07-15 15:49수정 2021-07-16 02:31

덤프트럭 수백대가 파주 DMZ 일원에 서울쪽 건설폐기물 실어날라
농지법 시행규칙 ‘폐기물 성토’ 터줘…“성토 50㎝이하로 개정해야”
5~6m 이상 높이로 흙을 쌓아올려 파주시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문산읍 장산리의 매립 농지에 콩 등 밭작물이 심어져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5~6m 이상 높이로 흙을 쌓아올려 파주시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문산읍 장산리의 매립 농지에 콩 등 밭작물이 심어져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어떻게 뚫렸는지 모르겠지만 올해 봄부터 서울과 고양 등에서 하루에 수백대씩 덤프트럭이 통일대교와 전진교를 통해 민통선에 들어와 토사와 건설폐기물을 청정지역 농지에 매립해 민원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경기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일원 농경지 불법매립 현장 점검에 나선 한 공무원은 “폐기물을 매립해도 찾기가 힘들고 1m 이내는 불법이 아니어서 단속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최근 수도권 공사현장에서 반출된 대규모 토사가 민통선 농지에 무분별하게 매립되자 육군 1사단 쪽과 대책회의를 하고 합동점검에 나섰다. 먼지 발생, 폐기물 매립, 덤프트럭 과속 운행 등 주민들의 민원도 빗발쳤다. 시는 이날 동파리, 학포리, 백연리 등 불법매립 현장 4곳을 적발했다. 시는 매주 화요일 불법성토 단속을 벌인다.

경기 파주시 공무원들이 지난 13일 민통선 지역내 불법 농지매립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파주시 제공
경기 파주시 공무원들이 지난 13일 민통선 지역내 불법 농지매립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파주시 제공

환경단체들은 파주 비무장지대(DMZ) 일원의 농지 매립이 반 년 이상 이어지자 ‘농지 불법매립 근절’을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과 경기환경운동연합, 파주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와 파주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은 13일 파주시와 별도로 민통선 바깥 지역의 불법성토 농지 합동조사를 벌여 건설폐기물이 광범위하게 매립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최근 장맛비로 흙이 무너져내린 곳곳에서 보도블럭과 콘크리트 조각, 스틸로폼, 철근 조각 등 건설폐기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한 회원은 “재개발현장을 통째로 퍼다 나른 것 같다”고 했다.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13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디엠제트 일원의 불법매립된 농경지를 점검하고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13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디엠제트 일원의 불법매립된 농경지를 점검하고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5~6m 이상 높이로 흙을 쌓아올려 파주시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문산읍 장산리와 사목리 등 대규모 매립 농지에는 콩, 호박 등 밭작물이 버젓이 심어져 있었다. 불법매립한 논 가운데 현재까지 원상복구된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산리의 또 다른 농경지(약 5천㎡)는 돌조각과 철근토막, 스틸로폼 등 건설폐기물 탓에 모내기를 포기했다. 논 주인 이이석씨는 “논이 깊어 농기계 사용에 불편을 겪어오던 차에 지인이 좋은 흙으로 객토해주는 장비업체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응했다. 그런데 덤프트럭 수백대가 온갖 폐기물을 쏟아부어 원상복구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씨는 올해 농사를 짓지 못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도 요구할 방침이다.

환경단체들은 파주 디엠제트 일원 농경지에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수원청개구리, 금개구리, 맹꽁이,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뜸부기 등 50여종의 멸종위기종과 국제보호종이 산다며, 불법 매립을 부추기는 농지법과 시행규칙, 파주시 도시계획조례 등을 개정해 습지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폐기물을 매립해 올해 벼농사를 포기한 경기 파주시의 한 농경지에 심지 못한 모판이 나뒹굴고 있다. 박경만 기자
건설폐기물을 매립해 올해 벼농사를 포기한 경기 파주시의 한 농경지에 심지 못한 모판이 나뒹굴고 있다. 박경만 기자

현재 파주시의 도시계획조례는 1m 이상 성토할 경우 반드시 개발행위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오히려 ‘1m 이하 성토’로 법망을 피해가는 기준이 되고 있다.

또 2016년 12월9일 개정된 농지법 시행규칙에 농지 성토 기준을 ‘건설폐기물 재활용 촉진법에 따른 순환골재 중 순환토사는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해, ‘정부가 건설폐기물을 농지에 매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현기 임진강~디엠제트 생태보전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1m 이내 성토를 허용하는 파주시 조례는 있으나마나한 것으로, 적어도 인근 고양시 기준에 맞춰 50㎝ 이내로 강화해야 불법성토를 막을 수 있다”며 “이와 함께 농지를 밭작물로 전환할 경우 지원금을 주는 농지법 조항과, 건설폐기물 성토를 허용하는 농지법 시행규칙도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경기 파주시 임진강 초평도 앞 민통선 농지에 불법 매립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경기 파주시 임진강 초평도 앞 민통선 농지에 불법 매립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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