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물려 사망하자 “내 개 아냐” 발뺌 개농장주에 구속영장

경찰, ‘남양주 개물림 사망사고’ 견주 구속영장 신청
블랙박스 폐기 종용 등 증거인멸 교사 혐의 짙어

이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남양주북부경찰서는 지난 5월 발생한 개물림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견주로 특정된 개농장주 60대 남성 ㄱ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 5월 남양주시에서 60대 여성을 공격해 숨지게 한 대형견의 주인으로, 관리 소홀로 사망 사고를 일으킨 혐의(과실치사)를 받고 있다. 또 처음 이 대형견을 입양했다가 자신에게 넘긴 지인 ㄴ씨에게 증거 인멸을 교사한 혐의, 이 사건과는 별개로 자신의 개 농장에서 불법 의료 행위(수의사법 위반)를 한 혐의도 받는다. ㄴ씨도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ㄱ씨가 사건 직후 증거인멸을 교사하고, 이와 관련된 증거·진술이 나온 뒤에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점 등을 구속영장 신청 사유라고 설명했다. ㄱ씨는 사건 직후 ㄴ씨에게 “개를 태워버렸다고 경찰에 진술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후 “개를 나에게 넘겨줄 때 장면이 블랙박스에 남아 있을지 모르니 블랙박스를 없애면 재설치 비용을 주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할 통화, 영상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ㄱ씨는 해당 대형견을 키운 혐의뿐만 아니라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핵심인 과실치사 혐의 입증을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한데, ㄱ씨가 관련 증거를 인멸해 왔고 향후에도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돼 영장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속전 피의자 심문은 22일이나 23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월 22일 오후 3시25분께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 야산 입구에서 50대 여성이 대형견에 목 뒷부분을 물려 결국 숨졌다. 인근 개농장주인 ㄱ씨는 이 대형견의 견주로 지목돼 거짓말 탐지기 등 수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증거나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대형견과 비슷한 개가 과거 ㄴ씨에게 입양된 기록이 발견되고, ㄴ씨가 ㄱ씨에게 개를 넘겼다고 경찰에 진술하며 ㄱ씨는 견주로 특정돼 수사를 받고 있다.

박경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