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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야만적 가지치기 지켜봐야만 할까요?”

등록 2021-07-21 19:18수정 2021-07-22 02:32

민주주의서울, 첫 시민 토론회
“시민들은 무자비한 가지치기 지켜봐야만 하나요"
지난 2월 대전 중구 테크노파크 앞 가로수들.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제공
지난 2월 대전 중구 테크노파크 앞 가로수들.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제공

“사실 거리의 주인은 우리인데, 가로수 가지치기를 할 때 제대로 안내를 받은 적도 없는 것 같아요. 무자비한 가지치기를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시스템, 문제 아닐까요.”(최화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지난 16일 서울시민 60명이 참여해 열린 ‘강한 가지치기 시민 숙의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지난달 14일부터 시민참여 온라인플랫폼인 ‘민주주의서울’에서 한달 동안 진행된 ‘강한 가지치기, 어쩔 수 없는 걸까요?’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시민토론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서울시는 시민토론 주제 가운데 호응도가 높은 일부 주제를 숙의토론 과제로 뽑아 정책화하고 있다.

“가로수 관리·가지치기 기준 마련을”

참여자들은 과도한 가로수 가지치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김선민 생태보전시민모임 사무처장은 “인격이 있는 것처럼 나무에도 격이 있다. 그런데 나무에 대한 존중은 없는 것 같다. 몽땅 잘라버리는 가지치기는 야만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공유지나 학교는 물론 아파트단지 같은 사유지에서 가로수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비용·효율성 대신 환경이나 나무의 생리를 고려한 관리기준 마련 △미세먼지·기후위기 대응 등을 고려한 가로수 가치 재평가 △생태 감수성 키우기 시민 캠페인 △나무 관리 우수 아파트 우대책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들이 나왔다.

김미라 ‘보라매공원의 보초를 서는 맘들’(보초맘) 대표는 “한번 만들면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다른 시설물과 달리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 탄소 흡입, 녹음 제공 등 자산가치가 늘어나는 것 같다. 제대로 가치를 측정하지 않다 보니 쉽게 베어내는 결정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마다 무참하게 잘려나가는 학교 나무들을 언급하며 “교장 선생님들에 대한 나무 교육이 절실하다”며 “지방자치단체들도 교육청과 함께 학교 나무 관리 매뉴얼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가지치기 지침이 필요하다는 논의도 이어졌다. △전문가들만 가지치기 작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수목 교육 프로그램에 수목생리 부분을 강화하며 △아파트 동대표나 통장 선발 때 조경 관련 교육을 의무화하자는 아이디어 등이 제시됐다. 시민 오윤애씨는 “공무원이나 가지치기 책임자·근로자들에게 수목생리학 교육을 통해 나무의 생태를 이해하게 하면, 나무가 썩어 쓰러지게 하는 강전정(가지 80% 이상을 잘라내는 가지치기) 남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시의 ‘강한 가지치기 시민 숙의토론회’가 열렸다. 사회적협동조합 ‘오늘의 행동’(‘민주주의서울’ 운영자) 제공
지난 16일 서울시의 ‘강한 가지치기 시민 숙의토론회’가 열렸다. 사회적협동조합 ‘오늘의 행동’(‘민주주의서울’ 운영자) 제공

“이제 나무복지, 법에 담는 논의 필요”

서울시 등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 체계적이고 강제력 있는 가로수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시숲 관련 조례에 가로수 식재·관리 지침 반영 △지자체 수목 관리 대상에 아파트·학교 나무 등 포함 △시민이 참여한 도시숲 총괄 운영조직 마련 등이 세부 내용으로 제시됐다.

최유리 마인드풀가드너스 정원활동가는 “아파트 등 건물을 지을 때 식물의 생장 원리를 반영한 식재·관리를 의무화한 법률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우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도 “지자체들이 앞으로 도시숲 관련 조례를 제정할 때 아파트 등 사유지 나무 역시 공공재로 인식하고 관리와 지원을 할 때”라며 “과거 동물복지법 제정 논의를 시작했던 것처럼 이제는 나무복지를 법에 담는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토론 결과를 조경과, 도로교통과 등 관련 부서에 보내 관련 정책에 참고하도록 하고, 향후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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