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건설업체들 사이의 경쟁이 과열되자 관할 구청이 단속에 나섰다. 건설사들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개발 홍보를 하는가 하면 조합원들에게 금품과 향응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달 말로 예상되는 시공사 결정을 앞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대상 지역에서 롯데건설·디엘(DL)이앤씨(옛 대림산업) 등 건설사들은 앞다퉈 ‘북가좌를 강남처럼 만들겠다’고 홍보 중이다. ‘1천만원 상당의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조합원 분양가 60% 할인’(디엘), ‘상암동 롯데백화점과의 연계’, ‘스카이 커뮤니티 설치’(롯데) 등 실현 가능성이 낮은 개발 선전도 남발한다. 여기다 조합원들의 환심을 사려 수십만원에서 백만원이 넘는 돈을 건네거나 향응을 제공하는 일까지 비일비재하다는 신고도 이어지고 있다.
수주전이 도를 넘자 서대문구는 3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행정력을 총동원해 감독을 강화하고, 상시 단속반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나진아 홍보팀장은 “최근 강북 집값이 많이 오르고 이권이 커지자 건설사들이 과열 경쟁을 벌이는 것 같다. 자칫 입찰 무효 등으로 조합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며 “건설사의 과도한 사업 공약은 선정 후 계약 단계에서 반영되지 않거나 바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구는 아울러 지난주 두 건설사가 낸 ‘사업제안서’에 담긴 △조합원 분양가 할인 △추가분양수익 확보 △백화점 연계 통합 개발 △스카이 커뮤니티 설치 등에 대해서는 홍보 금지 조처를 내렸다. 조합 쪽에도 조합원들이 여유 있게 재건축 사업제안서를 비교, 검토할 수 있도록 오는 5∼14일 예정된 ‘합동홍보설명회 및 홍보관 운영’ 일정을 최소 3주 이상으로 늘리라고 요청했다. 금품 향응 제공 등 부정행위에 관해서는 관련 부서 직원 6명으로 자체 단속반과 신고센터(02-330-1381)를 운영하기로 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조합원 개별 홍보 등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입찰공고 내용대로 입찰참가 자격을 박탈하고, 금품 수수 등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건설사뿐 아니라 법인 대표까지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북가좌6구역 재건축은 북가좌1동 327-1번지 일대 10만6656㎡ 면적에 아파트 23개 동 1900여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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