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경찰이 은수미 성남시장 선거캠프 자원봉사들의 시립도서관 부정채용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에서 압수수색을 벌인 뒤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가 ‘법률지식이 부족한 공무원들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과정에 변호사를 선임해 입회시키는 조례를 시의회에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상당수 공무원 범죄가 직무 수행과정에서의 개인적 일탈임을 고려하면, 시민 세금으로 비위 공무원을 보호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19일 성남시는 ‘고문변호사 운영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오는 26∼30일 열리는 성남시의회 임시회에 제출했다. 개정 조례안은 ‘시장은 시 및 그 소속 행정기관이 직무와 관련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이 예상되거나 시행되는 경우 변호사를 선임해 조력을 받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새로 만들었다.
압수 또는 수색을 당하는 부서에서는 변호사 조력이 필요한 경우 송무담당 부서에 변호사 선임을 요청하고, 송무담당 부서는 변호사가 현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또한, 선임된 변호사의 비용은 변호사 보수 규정을 준용하되 사안에 따라 별도 약정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시는 “수사기관이 시 본청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나, 압수수색에 대한 법률지원 부재로 해당 부서에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조례 개정안 제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조례를 심의할 성남시의회 행정교육체육위원회 강상태(더불어민주당) 위원장은 “법원에서 압수나 수색 영장을 발부할 정도면 범죄혐의가 상당하다고 봐야 한다”며 “개정 조례안은 시민 혈세로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을 보호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누구나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압수나 수색을 당하는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다 뇌물수수 등 일탈을 했다면 공무원 개인의 비용으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하지 시 예산으로 이런 지원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무 수행의 범위도 애매하고 공무원 범죄의 대다수가 직무와 연관된 점을 살피면 조례안은 시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 법무과 관계자는 “최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잦은 데다 영장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정당한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들이 법률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례 개정안”이라고 말했다.
시 고문변호사가 압수수색에 입회할 경우 시간당 30만∼4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과 경찰은 지난 2∼5월 시립도서관 공무직 부정채용 의혹 사건과 은수미 성남시장의 정치자금법 수사자료 유출 사건 등과 관련해 3차례에 걸쳐 성남시청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은 은 시장의 전 정책보좌관과 시청 공무원 등이 구속됐으며, 10명 이상의 공무원들이 검·경 수사를 받고 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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