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9일 열린 제1회 서울시 시민총회. 유튜브 갈무리
“재건축·재개발 때는 훼손된 만큼의 녹지를 다시 만들게 합시다.” “서울에서 플라스틱 소재 물티슈를 퇴출합시다.”
중요한 건 알지만 막연하기만 한 기후위기.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은 없을까. 서울시는 1일 ‘기후위기 속에서 서울을 구하기’라는 주제로 열리는 시민총회에서 시민들로부터 받은 다양한 의견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제안은 시 정책에도 반영된다. 서울시가 다섯달에 걸친 숙의토론 과정에서 추려 내놓은 11개 ‘시민제안’을 <한겨레>가 살펴봤다.
구로구민 한명근씨는 ‘녹색 숲 총량제’ 도입을 제안했다. 한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각종 개발 탓에 숲과 나무가 훼손되는데, 이때 훼손된 만큼의 숲을 반드시 같은 동이나 구에 조성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길을 넓히면서 가로수를 베어버린 뒤 그걸로 끝일 때가 많다. (가로수는) 우리에게 좋은 공기와 환경을 주는데 주민과 서울시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국립산림과학원이 서울 청량리 홍릉숲과 그 주변의 미세먼지를 조사한 결과, 홍릉숲의 미세먼지 농도는 도심보다 25.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민 이현식씨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소재 물티슈 판매를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물티슈의 이름이 ‘티슈’다 보니 사람들이 종이라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플라스틱 계열이라 분리수거가 안 된다”며 “이미 시중에 친환경 종이 물티슈가 있으니 그걸 쓰도록 행정적인 지침으로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지난 7월 소비자시민모임 설문조사를 보면, 소비자 90.6%가 물티슈를 쓰지만 재질이 플라스틱인지 아는 소비자는 34.9%에 그쳤다.
이 밖에 △각종 소비재에 리앤업사이클(다시쓰고 고쳐쓰기) 등급 표시를 통한 친환경 제품 확인 유도 △빈병 회수기 설치 등 정책제안들도 제시됐다.
‘쓰레기 없는 하루’ 캠페인 제안도 눈에 띄었다. 마포구민 김준철씨는 “어스아워(Earth Hour)처럼 사람들이 쉽게 함께할 수 있으면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을 바꿔갈 수 있는 캠페인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돼 서울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참여하는 ‘어스아워’는, 야간조명을 1시간 동안 소등해 도심 속 과도한 빛공해의 문제점을 환기하자는 행사다.
이번 ‘시민총회’는 시민들 아이디어를 접수하는 ‘공론화 의제 선정’(올해 3~5월)을 거쳐 497개 제안을 뽑으면서 시작됐다. 이어 시민과 전문가 그리고 서울시 담당부서가 함께 주제별 회의(6~8월)를 열어 25개 예비후보를 정했고, 시민위원 1081명이 투표로 11개를 추렸다. 현실성 등의 문제로 제외됐지만 25개 예비후보 중엔 △플라스틱 사용금 부과 △1회용품 사용 때 환경부담금 부과 △시민자치회에서 공공나무 관리 △자동차 2대 이상 보유 시 세금 할증 등 제안들이 포함됐다고 한다.
시 시민참여과 담당자는 “시민총회는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담아내고 서울시 정책에 대한 공감대와 수용성을 높이려고 마련한 공론장”이라며 “나온 제안들을 담당부서가 정책화할 수 있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