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8세금징수과가 최근 자기앞수표를 통해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의심되는 고액체납자의 집을 수색해 현금 1700만원을 찾아냈다. 서울시 유튜브 갈무리
ㄱ씨는 “돈이 없다”며 지난 2019년 3월 부과된 지방소득세 1억500만원을 내지 않은 채 버티다가 지난해 5월 범죄를 저질러 구속됐다. 그는 배우자와 공동으로 29억2천만원짜리 서울 강남구 아파트를 사들일 정도로 재력이 상당했다. 서울시는 이 부동산을 압류했지만 순위에 밀려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이후 시는 여전히 상당한 재산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ㄱ씨의 가족이 ㄱ씨에게 고액의 영치금을 보내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압류했다.
2일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전국 최초로 교도소·구치소 등에 수용 중인 고액체납자들을 조사해, 지난 1일부터 영치금을 압류했다”고 발표했다. 1천만원 이상 고액체납자 225명이 대상이다. 이들이 내지 않은 체납액은 모두 417억원에 달한다. ‘영치금’은 수용자가 수용될 당시 지나고 있던 현금이나 가족·친척 등이 보낸 돈이다. 계좌 잔고는 한 사람당 최대 300만원까지 가능하다. 수용자는 영치금으로 의류·침구·약품·일상용품·도서 등을 살 수 있다. 영치금이 넉넉하면 상대적으로 풍족하게 ‘감옥생활’을 할 수 있다. 지난 1일 압류 첫날에만 시가 미납세금 명목으로 거둬들인 영치금 액수는 3041만여원에 달한다고 한다.
시는 수용자가 출소할 때 한꺼번에 받는 작업장려금·근로보상금(교정시설 내에서 작업 등을 통해 받는 돈)도 압류하기 시작했다. 이병욱 38징수과장은 “교정시설에 가면 납세 의무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체납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영치금을 압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렇게 영치금을 압류하면 ‘체납세금 징수권’의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38징수과는 설명했다. 현행 제도아래서는 세금 체납 뒤 5년 동안 가택수색·계좌압류 등 ‘징수 활동’이 없으면 더는 세금을 거둘 수 없다. 이 때문에 범죄로 5년 이상 수감됐던 상당수 체납자가 출소 뒤 세금을 안 내도 되는 ‘혜택’을 누려왔다고 한다.
실제로 지방소득세 등 세금 72억원을 내지 않은 ㄴ씨는 최근 ‘소멸시효’가 임박한 상태였다. 지난 2009년 다른 범죄로 구속된 이래 서울시는 계좌압류로 징수활용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마저도 바닥났던 것이다. 하지만 시는 지난 1일 영치금을 압류함으로써 앞으로 5년간은 더 ㄴ씨에게 세금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시는 앞으로도 가족 등을 통한 재산 은닉 등의 정황이 포착되면 주기적으로 영치금 압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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