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답변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언페어합니다. 이렇게 하면 이후에 시정 질문에 응하지 않겠습니다.”(오세훈 서울시장)
“여기는 하고 싶은 것 한다고 떼쓰는 어린이들 모인 곳 아닙니다.”(김호평 시의원)
지난 3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이 대부분인 시의원들이 충돌했다. 오 시장이 발언 기회를 안준다며 항의하고 퇴장해 1시간40분가량 시정질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4월 취임 뒤 표면적으론 ‘협치’를 강조해 온 양쪽이, 서로를 길들이고 주도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립과 갈등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오 시장과 시의회가 10년 전 무상급식 사태 때처럼 극한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란은 이경선 시의원이 오 시장 개인 유튜브채널인 ‘오세훈티브이(TV)’ 제작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일어났다. 3일 본회의에서 이 시의원은 “오세훈 티브이에 비공개 문서 내용이 악의적으로 편집돼 서울시 정책이 폄훼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사건의 최순실씨에 빗대, “오순실 시정 농단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시민의 눈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 뒤 곧바로 이 시의원의 시정질의 시간이 마무리되자, 오 시장은 임의로 답변대에 올라 “마이크를 켜달라”, “무엇이 두려워 저한테 묻지 못하나”라며 항의했다. 또 “이렇게 하면 이후에 시정 질문에 응하지 않겠다”며 퇴장했다.
오 시장은 ‘유감’을 밝히고 시의회는 발언기회를 주는 조건으로, 오 시장이 다시 본회의장에 출석했으나 갈등은 봉합되기는커녕 더 격화됐다. 오 시장은 시의회에 “바람직한 시정 질문 아니다. 엄중히 항의한다. 추후 이런 일 다시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뒤끝 발언을 쏟아내자, 운영위원장인 김정태 시의원은 “10년 만에 의회민주주의 현장이 유린당했다. 오 시장은 스스로 반의회주의자, 반민주주의자였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맞받아쳤다. 오 시장은 과거 시장 재직시절에도 무상급식을 놓고 대립하던 기간(2010년7월∼2011년8월) 시의회의 출석 요구에 절반 이상 응하지 않았다.
이에 시의회 민주당은 이튿날 대변인 성명을 내 “취임과 협치를 내세웠던 오 시장의 언행은 정치적 수사와 가식에 불과했다. 10년 전 교만과 아집으로 서울시정을 내팽개쳤던 오 시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번 갈등으로 오 시장과 시의회의 짧은 ‘밀월관계’가 사실상 파탄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양쪽은 서울 민주주의위원회 폐지 등 조직개편과 ‘서울런’ 등 추경 편성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으나, 대부분 원만하게 처리됐다. 하지만 시장·시의원들이 내년 3월 대선과 곧바로 이어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양쪽의 기싸움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한 간부는 “오 시장 취임 때부터 예견됐던 시의회와의 갈등이 결국 터진 것이다. 이번 본회의 감정싸움으로 양쪽 관계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시장이나 시의회나 서로를 공격해야 한다는 이해관계는 똑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시의원 110명 중 100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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